은행권, 박해춘 이사장 사의에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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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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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1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은행권이 동요하고 있다.

박 이사장과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이 궁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우리은행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채담보부증권(CDO) 및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투자와 관련한 손실로 박 이사장보다 두 단계 높은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박 이사장의 자진 사퇴로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KB금융 이사회로부터 대표이사 자격을 재심사받아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KB금융은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 회장의 징계 내용을 이사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의 대표이사 자격이나 거취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황 회장이 직접 참석하기 때문에 거취에 대한 논의가 오갈 수도 있다.

이 행장은 2004~2007년 황 회장 재임 시절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면서 당시 리스크관리협의회 의장을 담당했다. 작년 6월 이후로는 우리은행장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이 투자 당시 최고경영자도 아니었던 데다 리스크관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산의 사후관리 책임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징계 수위가 박 이사장과 같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경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관련된 기관인데다 작년 6월 취임했기 때문에 이 행장이 사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KB금융지주는 정부 자금이 들어간 곳이 아니어서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과 이 행장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도 징계를 받을 처지여서 진퇴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예보는 이달 중 우리금융지주가 작년 4분기 적자를 내는 등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예정이다. 예보위 개최 시기는 정기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작년 4분기 우리금융이 적자를 낸 원인을 황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 부실 때문으로 보고 있어 '직무정지 상당'이나 수위가 가장 높은 '해임권고 상당'의 징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경우 황 회장의 위법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이지만, 예보는 우리금융의 대주주로서 위법행위 뿐아니라 예보와 맺은 MOU를 달성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된 점 등 포괄적인 경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가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나 해임권고 등 중징계 조치를 내리면 KB금융 이사회가 황 회장의 거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예보는 예보위에서 황 회장뿐 아니라 이 행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예보는 이 행장도 박 이사장과 함께 2008년 MOU를 달성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과 마찬가지로 징계 수위는 황 회장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면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MOU 위반으로 예보로부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예보는 파생상품 투자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황 회장 뿐 아니라 당시 투자에 직접 관련했던 실무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보 측은 "신중하게 법률 검토를 거쳐 승소 가능성과 승소했을 때 실익이 있는 지 등을 살펴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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