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마불사' 은행들의 규모가 더 커지는 등 은행시스템 문제가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눈에 띄는 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으며 은행들은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은행들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각국 정부는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성장을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리먼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대마불사 은행들은 구제 금융에 힘입어 대거 몸집을 불렸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자산이 늘었고 씨티그룹은 기존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43%에 달하는 영국 로이드뱅킹그룹은 모기지은행 핼리팩스뱅크오브스코틀랜드(HBOS)를 인수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 역시 포르티스의 벨기에ㆍ룩셈부르크 은행 자산 부문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통신은 오바마 행정부가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들을 지정하고 보다 엄격하게 감독하길 원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구조를 단순화하도록 강제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스티글리츠는 주요 20개국(G20)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G20 지도자들이 은행 권력을 거둬들여 작지만 올바른 방향의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움직임이 정치적 부담으로 금융산업 규제에 소극적인 미 정부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다만 "미 정부가 무언가 하겠지만 문제는 필요한 만큼 할 것인가라는 점"이라며 행동의 폭을 강조했다.
스티글리츠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세계 경제가 리먼 사태 이후 내몰리게 된 낭떠러지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숲에서 빠져 나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늘어난 인구를 상쇄할 정도는 못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근로자들의 소득이 없으면 미국이 세계 경제가 요구하는 수요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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