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문화산업 발전 위해 완성보증제도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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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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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본부장
국산영화 ‘해운대’가 오랜만에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역대 다섯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의 윤제균 영화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은 콘텐츠에 대한 배려가, 콘텐츠는 자본에 대한 배려가 필수”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윤 감독의 발언은 문화ㆍ콘텐츠산업의 발전에 있어 문화완성보증제도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함을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70∼80년대 수출과 성장을 이끌었던 건설산업이 건설관련 보증(입찰, 착수금, 이행, 하자보증 등)제도에 의해 크게 발전하였듯이 대다수 자본과 인력 면에서 취약한 문화산업도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완성보증제도와 같은 인프라의 뒷받침이 불가피하다.
 
문화완성보증제도(Completion Bond)란 영화ㆍ애니메이션 등 영상물의 제작에 있어 제작자와 투자자가 약정한 기간과 예산범위 내에서(on time and on budget) 작품을 완성하는 것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제작사는 완성보증회사에 제작계획서(스태프, 제작기간 등 명시)와 시나리오, 예산, 제작스케줄, 계약서 등을 제출하여 예산과 기한의 적절성 등을 설득시켜 완성보증계약을 체결하고 리스크에 상응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제작물 완성을 보장하는 완성보증회사의 보증서를 토대로 은행이나 벤처캐피탈 등은 제작사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하게 된다.

완성보증회사는 영화제작에 따른 예산이 초과하거나 제작이 중단되면 대의변제를 하거나 추가 자금투입을 하게 되며, 제작 및 예산집행 과정을 모니터링하여 정해진 예산과 기한 내에 제작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 관리를 지원하게 된다.

 
또한 완성보증회사는 파이낸싱․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한 법률 상담, 핵심 제작인력 및 로케이션 장소 추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예산과 위험 부담으로 제작이 이루어지도록 컨설팅도 하게 된다.
 
미국의 IFG(International Film Guarantors)나 영국의 FFI(Film Finances Inc)와 같은 완성보증회사들은 금융자본이 안심하고 영화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본과 인력이 취약하고, 투명성도 크게 떨어져 자본투입을 꺼리는 문화산업 시장에는 완성보증제도와 같이 거래비용을 낮추어 주고 투명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가 시급하다.
 
지금처럼 영화투자자금이 몇몇 투자배급사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에서 그나마 완성보증제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 대기업, 해외자본 등 다양한 투자자금 유치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문화산업 자체가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게 된다.

영화는 대박이 났다는데 투자해서 돈 번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현 시장상황에서 투자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에 완성보증제도 정착이 매우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완성보증제도가 2008년에 들어서야 소규모 시범사업 형태로 시도된 것은 완성보증업무가 정부 정책에 의해 서울보증보험(금융감독위원회)과 기술신용보증기금(기획재정부)만이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문화가 전혀 다르고 전문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금융기관 조직에서 문화산업 보증업무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5년 전 세계 유수의 문화완성보증회사 몇 곳을 돌아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문화완성보증업무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영화감독ㆍ변호사와 회계사ㆍ제작자 등 관련 분야에 현장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살아 숨쉬는 DB 구축 등을 활용하여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과 컨설팅을 할 수 있어야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비즈니스의 성공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다.

문화산업에 기존의 보증업무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담보능력이 취약한 문화산업계의 보증제도 이용을 기피하게 만들어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문화가 자본을 배려해야 하듯이 자본도 문화를 배려할 수 있어야 상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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