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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마쓰시다 고노스케와 이건희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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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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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 마쓰시다 고노스케다. 22세 때이던 1917년 오사카의 한 전기회사 검사역 자리를 박차고 나와 창업한 고노스케는 갖은 고생 끝에 마쓰시다전기를 초일류그룹으로 키워냈다.

그는 경영을 ‘종합예술’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재료를 사용해 백지 위에 무엇인가를 창조해 가는 것이 예술이라면 경영도 이에 못지 않은 창조적인 과정이라는 지론이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위대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초적극성’에 있었다. 고노스케가 대그룹을 일으킨 후 한 직원이 “회장님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하고 묻자 그는 3가지 비결을 설명했다. 그 것은 가난, 약함, 못배움이었다.

가난 속에서 태어나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결심을 뼈 속까지 하게 됐고, 몸이 약해 평생 동안 건강관리에 힘썼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하는 바람에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여기고 배움에 힘썼더니 성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노스케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국가에 도움이 될 사업에만 진출하는 등 일본 재계의 선각자요,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는 79세가 되던 1973년 현역에서 은퇴, 마쓰시다정경숙과 같은 국가적 인재를 육성하는 사업에 전념하다 1984년 향년 96세에 세상을 떠났다.

▷기업과 나라를 살찌우는 경영자의 先見之明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타계한 신’이라면, 오늘날 ‘살아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인물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77)이다.

전자회사인 교세라와 민간 이동통신업체인 KDDI를 창업한 그는 1970년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태양광사업에 일찌감치 진출해 수십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연구를 지속해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태양광사업은 반드시 빛을 볼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적자를 무릅쓰고 사업을 지속했던 것이다.

이처럼 경영자의 선견지명(先見之明)과 통찰력은 한 기업은 물론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최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복귀문제를 둘러싸고 논의가 분분해지고 있다.
삼성 내부나 경제단체 등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복귀하는게 삼성과 나라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건희 퇴진’을 이끌어냈던 시민단체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복귀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지난해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은 모든 경영일선에서, 완전한 퇴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와 이건희 전 회장 복귀 논란

한편으로 냉정하게 보면 아직도 대한민국은 더욱 ‘성장’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입장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달러 선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국민소득 3만달러, 5만달러 고지로 이끌어나갈 주체는 다름 아닌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세계적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은 100년 만의 대호기를 맞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을 넘어 4강 고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전쟁의 선봉에 선 대기업들의 선전(善戰)이 절대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전쟁 속에서 삼성그룹이 약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통찰력에다 ‘품질이 이 정도로는 안된다’며 휴대폰 화형식을 벌이는 등 충격요법으로 임직원을 독려해온 이건희 전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현재 나이는 68세. 79세에 은퇴한 마쓰시다 고노스케나 황혼까지 정열적으로 혼을 불태우다 77세에 타계한 이병철 창업주, 지금도 그룹의 큰 방향을 조언하고 있는 77세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과 비교하면 앞으로도 9~10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는 나이다. 그동안 차근 차근 후계자 수업을 시킬 수 있다. 70대에도 경영 현장을 누비는 사례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처럼 가까이에도 많다.

하지만 승계문제와 관련한 편법논란에 휘말려 그 스스로 퇴진을 선택했기에 회장으로든 아니면 명예회장으로든 다시 현장으로 나오기에는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이건희 전 회장을 다시 나라 경제현장에 불러내 사회에, 나라에 보답할 기회를 주자는 의견에 표를 던지는 경제전문가들이 확산되고 있다. 편법 상속 논란이 법률적인 처벌로 마무리된 이상, 이제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법률적 사면, 복권에 앞서 국민적으로 ‘정신적 대사면’을 할 때가 된 게 아니냐는 견해들이다.

실제로 본지가 최근 경제전문가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회장 또는 명예회장 등 직간접적으로 복귀해 삼성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아주경제 14일자 1면 참조)

한 기업을 10년 만에 100배씩 키우는 최고경영자는 현 시대는 물론, 전 세계 기업사에서도 흔지 않다. 전세계가 경탄할 만큼의 뛰어난 경영자적 혜안(慧眼)도 국가의 자산인 것이다. 
/박정규 이사 겸 편집국장 sky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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