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이엔 손보다 혀에게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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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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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나이엔 손보다 혀에게 휴식을

심상훈의 Book&Talk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을 가졌는가/ 톨스토이 著/ 조화로운삶

위로․응원 코드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령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니면 하악하악, 심지어는 엄마를 부탁해, 라는 책 등이 베스트셀러로 꾸준하게 팔리는 이유다.  

제목부터 코드가 심상치 않을 신간이 나왔다.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을 가졌는가’(조화로운 삶刊)가 바로 그것이다. 어려서는 부모였고 커서는 친구들이었고 시집 장가를 들면서는 남편과 아내가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게 되면 종전의 생각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10년 성장 주기로 부모․친구․배우자로 자연스레 마음에 힘을 주는 사람이 바뀐다. 그런 거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넘고 나이가 마흔이 되기 전, 그 사이에는… 마음에 상처만 주는 사람으로 자연 바뀌는 게 어쩌면 인생의 반전이고 또 심각한 아이러니 아니겠는가.

이 책은 세계적인 대문호로서 톨스토이가 죽기 전 8년 동안 정성껏 기록한 이른바 ‘톨스토이 잠언 집’이라고 하겠다. 다르게는 소설가 최일남 선생의 표현을 빌어서 말하자면 ‘미싱으로 박은 이야기가 아니라 수바늘로 한 땀 한 땀’ 글을 모으고 옮겼다는 걸 새삼 황홀경으로 취한 듯 마주보는, 꼭 그런 느낌이 책장을 펼치면 펼칠수록 팍~팍 전해온다. 

이를테면 ‘좋은 책은 먼저 읽어라’(54쪽)는 꼭 이 책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어느새 마흔이 지난 내 나이고 보니 ‘손보다는 혀에게 휴식을’(72쪽)이 특히 좋았다.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은 말수가 많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침묵이 많다. 이것은 흔히 아는 것이 적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만 입을 열고, 물음을 받지 않을 때에는 입을 다문다.

이처럼 루소의 글귀를 빌어서 톨스토이는 간단히 “손보다는 혀에게 보다 많은 휴식을 주어라”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75쪽)에서는 류시 말로리가 이야기 한 “우리의 불안, 동요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바로잡는 것을 잊고 타인을 바로잡으려는 데서 온다”라는 글귀를 가지고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분노나 미움, 짜증, 적대감이 없는 마음을 기억하라고 충고하는 데 아, 이거구나 소리치며 내 무릎을 절로 치게 만든다.

목차만 훑어도 좋을 책이다. 내 경우엔… 그랬다.

밥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처럼, 남들도 다 그렇다, 왜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말은 마음의 열쇠 등이 두고두고 위로가 되고 응원으로 다가오며 내 마음에 밑줄 긋게 된다. 또 힘을 준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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