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에서는 배트맨과 조커가 선과 악을 대표하는 라이벌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상 역사 속의 라이벌들은 후세에 기록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선과 악 또는 정의와 불의로 구분된다.
흥부와 놀부 역시 시대가 흐르면서 형제들의 모습을 재 해석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사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당대에는 알 수 없고, 또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 서로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결국 승자에 의해 기록되는 역사 속에서 패자는 늘 '불의'였고 대중의 뜻을 저버린 역사 속의 반역자인 것이다.
하지만 거창한 역사 속의 라이벌뿐 아니라 하루하루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일상에도 라이벌은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사다 마오가 없는 김연아의 경기는 비록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 속에도 뭔가 빠진 듯 한풀 꺾인 느낌을 준다. 최장기 랭킹 1위를 달리던 로저 페더러와 현재 랭킹 1위인 라파엘 나달이 2009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친 모습도 봤다.
하지만 누구도 라이벌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경쟁상대로 인식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좋건 싫건 도마 위에 올라서 일거수 일투족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경쟁은 몰라도 공개적으로 비교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
얼마 전 이건희(67)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가 대상그룹 장녀인 임세령(32)씨와의 이혼소송에 휘말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혼 만큼 그들의 결혼도 당시엔 엄청난 뉴스거리였다.
1998년 조미료 업계 라이벌이던 '미풍'(삼성)과 '미원'(대상)의 결합인 동시에 영남기업(삼성)과 호남기업(대상)이 사돈지간이 됐기 때문.
그렇다면 결혼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르긴 해도 양가의 결합은 '경쟁에서 협력으로'를 표방하지 않았을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협력'이 결혼과 사랑의 이유는 될 수 없어 보인다.
세상을 살다 보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는 작품 '헨리 4세'에서 “승리한 자에게는 어떤 것도 부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명 대사를 남겼다.
영원한 유통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서남부 상권의 중심지인 영등포에서 다시 맞붙는다.
신세계백화점이 9개월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16일 영등포점을 재개장하면서 이 지역 맹주인 롯데백화점과의 ‘유통명가’ 자존심을 내건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는 것.
우선 ‘도전자’ 신세계는 매장면적을 4배 이상 넓히고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영등포 상권의 원조 백화점’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이에 ‘챔피언’ 롯데측은 증축공사와 함께 영패션전문 매장 강화로 맞불을 놓는 등 영등포 상권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오너 2세들이 신유통대전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등포대첩’의 최종승자가 누가될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지켜보는 이에게는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고단함의 연속이리라.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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