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경제의 특수성, 그들만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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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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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 상황을 논할 때빠지지 않는 조건 가운데 하나는 ‘한국 경제의 특수성’이다. 산업 근대화부터 “한국은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해...”로 시작하는 단서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단서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가능성 있는 기업에게 역량 몰아주기 △경제성장을 위한 근로자들의 희생과 헌신 △부의 재분배 논의 사전 차단 등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리고 10년전 IMF 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시 한번 한국경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본지가 국내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14일자 참조)에서도 이는 여지없이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가운데 73.1%는 오너체제 혹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조화시킨 방식이 국내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18.2%만이 세계적 대세인 전문경영인체제를 지지했다. 한국의 특성 상 전문경영인 체제는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 중장기 플랜 부재 등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특수성은 일부 상류층에 유리한 사안에만 적용된다.

동 설문조사에서 한국 노동시장이 미국·유럽에 비해 상당히 경직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응답은 68.8%에 달했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요인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구조를 개선하려면 내수시장 강화가 필연적이다. 노동 유연성이 강조되고 실직이 늘수록 내수시장은 오히려 위축될 뿐이다.

아울러 10여년 전만해도 ‘평생직장’이 당연했던 국내 고용 관례는 그들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특수성’에 포함되지 못했다. 45세가 정년이라는 뜻의 신조어 ‘사오정’은 이미 옛말이 됐다. 30대 후반이면 이미 실직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미흡해 일거리가 없으면 당장 생계가 어려운 계층의 비율이 상당한 한국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에서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기 보다는 세계적인 흐름을 강조하는 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인식은 결국 경제적 약자들을 막다른 길로 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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