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 정보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원들에 대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기업들이 경기침체 속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보안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T컨설팅업체인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정보보안 프로그램에 투자한 금액은 135억 달러로 일년 전보다 18.6% 늘었다. 정보보안 및 사고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SW)시장 규모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5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네트워크 포렌식(network forensic)은 최근 정보보안시장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네트워크 포렌식은 회사용 컴퓨터의 모든 작업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으로 마치 비디오로 녹화하듯 직원들의 모든 컴퓨터 작업 흐름을 저장한다. 직원들이 컴퓨터로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다.
존 페스카토르 가트너 컨설턴트는 "이런 정보보안용 프로그램은 이제 TV녹화 프로그램이나 CCTV처럼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트워크 포렌식 시장규모는 5000만 달러로 한 해 전(2500만 달러)에 비해 1.5배 늘었다. 페스카토르는 올해 이 분야의 시장규모가 7500만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보안 프로그램은 원래 기업 내부 정보를 노리는 산업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해 고안됐다. 기업의 기밀문서나 정보를 이동식 디스크로 빼 돌리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생산성 및 효율성 높이기에 나서면서 정보보안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업무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시간에 유투브와 같은 웹사이트에 장시간 자주 방문하는 직원들을 구조조정 일순위로 꼽고 있다.
기업들은 감시망을 사무실 외부로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신생 IT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회사용 노트북으로 외부에서 업무를 볼 때 방문하는 모든 웹사이트를 감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웹사이트는 차단하기도 한다.
정보보안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파악할 때도 유용하다. 출근은 하지만 회사 업무와 무관한 일만 하고 퇴근하는 이른바 '시간 때우기(presenteeism)'식 근무를 하는 직원을 찾는 것이다.
물론 정보보안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업무를 감시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역할
도 수행한다. 전사적 차원에서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업은 대개 업무용으로 필요한 웹사이트에 대해 사전 검열을 요구하는 절차가 있다. 이러한 절차로 인해 회사네트워크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컨설팅업체인 엑센추어의 피터 치즈 인적자원 부문 상무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모든 업무를 감시한다면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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