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페트로브라스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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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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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가뭄에 목말라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페트로브라스발(發) 훈풍이 다시 불고 있다.

16일 외신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7척을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페트로브라스는 매년 7척씩 총 28척의 드릴십을 발주한다. 또한 이른 시일 안에 입찰공고를 내고, 국내외 대형 조선사들의 입찰참가를 요청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드릴십은 1척당 5억 달러 규모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이번 수주에 국내 조선사들이 성공한다면 수주 가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전세계적에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29척(66%)을 수주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11척, 현대중공업 3척, STX 1척을 각각 수주해 44척 전부를 국내 조선소들이 싹쓸이 했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드릴십 부문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과 건조경험이 외국 조선사들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며 "이번 페트로브라스의 발주에 대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4'의 치열한 수주전이 점처지고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페트로브라스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지난 4월 대규모 페트로브라스 투자설명단이 방한했을 때만하더라도 이르면 6월에 발주가 있을 것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내다봤다. 하지만 페트로브라스가 탈세와 편법계약,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곤혹을 치루자 발주 역시 늦어졌다.

또한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발주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FPSO) 8척의 선박부분에 해당하는 헐(Hull)을 자국 건조주의를 앞세워 최종 낙찰자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브라질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더욱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페트로브라스의 지분 확대를 발표함으로써 브라질 정부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국 건조주의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분명 우리 업체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요인 등 외부 돌발변수가 많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브라질 개발상공부 및 외교부와 함께 '브라질 투자환경 설명회 및 오찬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페트로브라스 및 브라질 개발은행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페트로브라스 관계자들이 드릴십 발주와 관련한 언급이 있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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