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은행들이 하반기에는 웃을 수 있을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시중금리 상승과 환율 하락 등 제반여건 개선으로 하반기 은행권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은행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와 함께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전망이다.
금리상승으로 장단기금리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형 상품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변동금리형 상품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CD 91일물 금리는 2.62%로 지난 주말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이는 7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이후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그만큼 은행들의 수익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지난해 상반기 3% 초반에서 올들어 2%대 초반으로 급락한 예대금리차도 확대될 전망이다.
원상필 동양종금 연구원은 "은행의 개인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금리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은행의 소비자마진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은행들의 NIM은 1.85%를 기록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하반기에는 은행별로 0.3~0.4%포인트 정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이 역시 은행 실적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달러 약세로 은행들의 조달 금리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 기존 달러로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도 실적 개선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로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달러 가치 하락을 이끄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마련해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이에 따른 글로벌 증시 강세로 달러가 약세"라면서 "캐리 트레이드로 달러의 추가 약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 유동성도 차츰 흡수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풍부한 자금이 돌고 있다는 사실도 긍정적이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데다 한계기업들 역시 상당 부분 정리가 됐다"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어 은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공적자금위원회 출범과 함께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은 은행권 전체에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양종금의 원상필 연구원은 "이르면 2010년 우리금융 매각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에 대한 M&A가 진행될 경우 이는 은행들의 영업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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