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의 조그만 커피점에서 시작한 스타벅스는 1987년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가 법인을 설립하면서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으로 올라섰다. 고객들에게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슐츠는 '고급커피'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잘나가던 스타벅스도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자 '비아'라는 이름의 인스턴트 커피를 선보이는 등 고급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파격적인 변신에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USA투데이의 칼럼리스트인 케빈 매이니는 저가상품으로 대중화에 나서는 것은 스타벅스 고유 이미지를 깎아 내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귀족 이미지를 부각해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어낸 스타벅스가 경쟁사들의 저가행진에 합류하는 것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뺏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16일(현지시간) 매이니의 저서 '갈아타기:뜨는 이유와 지는 이유'에 소개된 스타벅스의 사례를 통해 고급 브랜드 기업들이 섣불리 대중화를 추구하면 충성심 높은 고객들을 빼앗기고 가격 경쟁력도 경쟁사에 밀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매이니는 스타벅스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슐츠가 고객의 충성심(Fidelity)을 끌어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경쟁사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 충성도 높은 '마니아' 고객을 만들어 냈다. 이후 이들의 입소문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스타벅스는 단번에 고급커피시장을 장악했다.
물론 초기에는 이탈리아 바리스타가 정성 들여 만든 것 같은 고급 커피를 판매한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을 유혹했다. 하지만 전 세계 고객들이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린 것은 다른 커피매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매이니는 설명했다.
슐츠는 자신의 저서에서 "고객들이 매장에서 낭만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일반 음식점이나 제과점에서 파는 일반커피가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커피 메뉴를 개발했다. 밋밋한 커피만 마시다 스타벅스의 '카페인이 소량 함유된 저칼로리 더블라떼(half-caf skinny double lattes)'를 맛보는 것은 요란한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일종의 특권을 향휴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스타벅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매이니는 설명했다. 같은 종류의 커피라도 스타벅스 로고가 있는 잔에 마시면 마치 더 고급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들은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오랫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뛰어난 수제커피의 맛을 보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고 참고 기다리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 가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슐츠는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한다. 인수 당시 1886곳이었던 스타벅스 매장은 2007년 1만622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매이니는 전방위적 사업 확장으로 스타벅스의 고급 이미지가 퇴색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소수의 마니아만 마실 수 있던 스타벅스 커피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타일러 코웬 이코노미스트는 "점점 늘어난 매장이 스타벅스의 숨통을 조금씩 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동일점포 매출은 스타벅스 창립 역사상 처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8%나 떨어졌다.
이에 슐츠는 스타벅스로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급 이미지를 다시 불러 일으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그는 최근 전세계 7000개의 매장을 3시간 동안 폐쇄하고 13만5000명의 바리스타들을 대상으로 스타벅스의 고급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하지만 매이니는 스타벅스가 변심한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커피맛과 비슷한 분위기의 매장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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