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 랠리를 펼치며 1만선에 바짝 다가섰다. 잇따라 나온 '경기침체 종료' 선언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나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만만치 않게 크다. 경기회복론 말미에도 경제 여건이 취약하다는 우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고용과 소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침체 끝" 선언 뒤엔 취약한 경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현지시간) 폴란드 주간지 폴리티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밝혔다.
칸 총재는 더블딥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내년까지 추진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초인플레이션'도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칸은 "세계 물가는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며 내년까지 일정 수준에서 억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민간 소비가 여전히 취약하고 실업률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귀재' 워렌 버핏도 더블딥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지난 3개월 동안 개선되지 않았지만 악화되지도 않았다"며 "더블딥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9ㆍ11 테러와 같은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앞으로 얻을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미국 경제가 임계점을 지났다"며 "주택시장에서 상당한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등은 경기 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기술적 관점에서 미국의 경기침체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지난주 발표된 베이지북의 "미국의 경제 활동이 안정되고 있다"는 진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회복 강도는 실업률을 떨어뜨릴 만큼 높지 않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갈 길 멀다" 쇄도하는 비관론
경기침체 종료 발언에 담긴 우려를 감안하면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과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쟁쟁한 인사들이 잇따라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FRB 의장을 지낸 볼커 위원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를 침체 이전으로 되돌리려면 먼 길을 가야 한다"며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자원을 완전히 이용하고 완전 고용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 경제의 안정세가 보기 '딱한 수준'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다.
크루그먼은 이날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상황은 극복했지만 회복 속도가 느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각국의 경기부양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경기회복 속도가 더 느려져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은 또 "미국의 실업률은 2011년 초에나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전 세계 고용시장도 2011년까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루비니 교수도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잘 해야 느린 U자형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는 소비와 상업용 부동산 부문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소비 위축과 상업용 부동산시장 붕괴로 미국 경제는 다시 서서히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추가 파산하고 주택가격도 12%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최근 세계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늘어난 인구를 상쇄할 정도는 못 될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소득이 없으면 미국이 세계 경제가 요구하는 수요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그는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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