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국책은행 산하 연구소 소속 학자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은행장에게 항의, 해당 학자가 경위서를 제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해당 학자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장에게 전화를 한 것 자체가 학자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언론보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압력행사'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국책 은행 산하 연구소 연구위원인 A씨는 최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남측 정부가 임진강 방류를 국제문제화한 것에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홍 차관은 A씨의 인터뷰가 삽입된 보도가 지난 12일 방영되자 당일 A씨의 '최고위 상관'인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후 A씨는 연구소 측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경위서를 제출했다.
홍 차관은 이에 대해 "은행장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인데, 저런 기사가 나가서 이산상봉 행사가 끊어지면(열리지 못하면) 충격받는 사람이 많으니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부담없이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차관은 또 'A씨에게 압박을 초래했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처음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하다가 나중엔 "취조하듯이 하면 이야기 안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편 A씨는 "내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북한의 과거 행태를 근거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예측한 것"이라며 "홍 차관과 아는 사이인데 내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 직접 전화하면 될 텐데, 은행장에게 전화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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