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사조치 등 삼성에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은 태평로 사옥을 떠나 강남에 자리를 잡는 동안 그룹 경영의 중심축이었던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삼성이 그간 몸을 낮췄던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경영권이 걸렸던 에버랜드 재판이 마무리되고, 실적도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내 CEO, 임원 인사가 이뤄지고 3세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본격적인 강남 시대를 준비하는 대대적인 쇄신의 예고편인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18일 "인사라는 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올해는 재판 부담도 덜었고 실적도 괜찮아 12월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인사담당 부서에서는 연내 인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가 다음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이후 이를 토대로 평가가 진행되고, 12월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다.
이 전무는 2007년 1월 전무로 승진하고 삼성전자의 CCO(고객만족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다가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 발표 후 직책을 내놓았다.
이후 이 전무는 전무 직함만 유지하면서 해외 시장을 둘러보는 데 집중하는 등 몸을 낮췄다.
올 초 인사에서도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 이야기가 거론되기는 했지만,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진행 중이고, CCO 직책을 벗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 승진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들어맞았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 전무는 최근 캐나다 캘거리에서 삼성전자 후원으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한국 취재진들과 사실상 첫 언론 인터뷰를 했다.
삼성전자가 후원한 행사고, 삼성 계열사에서 10명의 선수가 참여했기 때문에 이 전무가 경기장에 나타난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병철 선대 회장이 내려준 '경청'을 금언으로 삼아 과묵한 행보를 보였던 전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건희 전 회장이 어떤 구상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을 맡는 등 보폭을 넓히는 것처럼 이재용 전무도 승진 후 계열사 CEO나 전자의 핵심 부서를 이끌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최근 삼성 안팎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오너 경영' 체제도 이재용,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등 3세 중심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사장단 협의회라는 '과두 체제'는 그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데다 이 전 회장의 복귀는 삼성SDS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된 지 얼마 안 되는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상무가 모두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전무와 이서현 상무는 승진 연한이 됐고, 이부진 전무는 올해 전무를 달았다.
3세 경영의 대두와 함께 거론되는 것은 조직 체제의 재편이다.
시가총액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견줄 정도로 그룹의 외형은 커졌지만, 조직 체계는 그룹이 출발 당시와 달라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자계열사 등 연구직 직원에게 적용하는 직무별 인사체제를 일반 직군에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점쳐지고 있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 이르는 수직형 직급체계 대신 선임, 책임, 수석 3단계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 중에는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이달 초 3단계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당장 전 계열사의 직급 체계를 단일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구직과 일반직의 업무가 다르고, 계열사 사업 내용이 모두 다른만큼 기존 직급 체계가 적합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직급 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룹 내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인사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그 이후에 시간을 두고 직급 체계에 대해 검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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