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홀딩스가 진로의 공모가격을 낮추고 재상장 시기를 늦추면서 하이트맥주와 묘한 갈등이 예상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홀딩스가 하이트맥주의 브랜드 로열티 지급액을 불가피하게 상향할 전망이다. 진로의 공모가가 종전보다 낮아지는 바람에 하이트홀딩스가 재무투자자(FI)에 보전해야 할 차액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진로는 지난달 18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기재상 정정 사유 발생으로 이달 30일 상장 계획을 10월19일로 연기한다고 17일 밝혔다. 공모희망가 범위도 5만4000원~6만원에서 4만5000원~5만원으로 변경했다. 지난 14일~15일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예상가보다 1만원가량 낮은 4만원대 중후반 가격이 나왔기 때문.
이에 따라 대주주 하이트홀딩스가 진로 공모와 함께 털어내려던 1조원 규모 풋옵션(매도선택권) 부담이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하이트홀딩스는 진로 지분을 보유한 교직원공제회(18.4%)와 군인공제화(13.1%)에 주당 6만원을 보장하고 공모가와 차이가 나면 이를 보존해 주기로 했다. 공모가가 6만원이 넘지 못하면 차액만큼 홀딩스의 재무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
증권가는 진로 공모가 하향이 하이트맥주 측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다.
JP모간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하이트홀딩스는 재무부담을 주 수익원 중 하나인 하이트맥주 브랜드 로얄티에 의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진로 상장 연기가 하이트맥주 주가에 지속적으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도 "하이트맥주는 홀딩스에 매출액의 1.3%를 브랜드로얄티로 지불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준도 부담이기 때문에 더 높아질 경우 하이트맥주의 밸류에이션(가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 개선에 따른 기대도 상쇄될 것으로 점쳐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5.9% 감소한 585억원, 매출액은 1.1% 줄어든 2732억원으로 부진했다"면서 "환율 안정과 곡물가 하락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은 예상되지만 진로 상장 부담에 따라 주가모멘텀이 매우 약해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이트홀딩스 관계자는 "진로 공모가 하락이 부담이긴 하지만, 하이트맥주에 대한 브랜드로얄티 재협상 계획은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 17일 진로 재상장 일정이 늦춰졌다는 소식에 전날대비 -10.04%(3만3600원), 하이트맥주는도 -2.65%(16만5500원) 하락했다. 이어 18일에는 코스피가 1699.71포인트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 데 힘입어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도 전날대비 각각 4.02%오른 3만4950원, 2.72%오른 1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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