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농협중앙회. 5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였다. 중앙회, 비정규직, 축협 노조 그리고 전국농협노동조합, 전국축협조합 노조의 주요 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농협 노조는 중앙회와 비정규직, 축협 등 3개 노조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전농노와 전국축협조합 등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노조가 자리를 같이 한 것은 농협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농협 노조는 그동안 통합되지 못한 채 유기적인 화학반응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정규직 노조는 중앙회 노조와의 형평성 문제에 불만이 있었고 나중에 합류한 축협 노조는 겉돌았다.
이날 주요 5개 노조 임원들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은 바로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끝장토론'.
농협은 16일부터 이틀 동안 대전에서 '사업구조개편 중앙위원회' 제3·4차 회의를 가졌다.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뚜렷한 결론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농헙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경분리와 관련 중앙회 명칭, 상호금융 독립 여부 등 5개 쟁점사항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위 위원들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주요 실무진 그리고 농협의 신경분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말 그대로 끝장토론이 이뤄졌지만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위원회는 오는 25일 중앙회에서 다시 회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날 사업구조 개편 형태 및 시기와 법률 관련 쟁점 부문에 대해 논의해 중앙위원회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5일 농협이 신경분리와 관련 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협이 이번 달 안에 구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연내 자체안 마련이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주목되는 부분은 노조의 움직임이다. 그동안 '따로국밥'처럼 어울리지 못했던 농협 3개 노조와 전농노, 전국축협조합 노조 역시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또 이날 주요 언론에 신경분리와 관련된 노조의 공식입장을 담은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신경분리를 주도한 농협개혁위원회에서도 배제된데다 노조위원장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의 면담 요청도 번번히 퇴짜를 맞는 등 노조의 불만은 그동안 쌓일대로 쌓인 상태. 정부와 중앙회의 '무시'는 농협 노조를 뭉치게 하고 있다.
KT와 쌍용차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등 올들어 한국 노동계가 힘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농협 노조는 신경분리 사태를 통해 단결을 촉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경분리는 물론 농협 노조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