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의 주식매입자금대출이 가계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대로 된 대출심사 없이 거액의 자금을 증시에 풀고 있어 주가 하락시 대출자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주식매입자금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63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급증했다.
이는 증권사 전체 신용융자액(8월 말 현재 4조4000억원)의 14.2%에 해당하는 수치다.
저축은행 등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제재를 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중순 주식매입자금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실 관계자는 "과도한 자금차입(레버리지)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검사에 나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증시 호황으로 주식매입자금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대출심사 및 리스크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8월 말 현재 저축은행별 주식매입자금대출 잔액은 제일저축은행 500억원, 대영저축은행 300억원 등이다. 지난 5월부터는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까지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관계 없이 같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주식 투자가 어려운 저신용층까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확대를 위해 금리까지 큰 폭으로 낮추고 있다. 실제로 제일저축은행은 지난달 주식매입자금대출 금리를 연 14.0%에서 12.5%로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식매입자금대출을 비롯해 제2금융권 전체의 연체율 상승 및 부실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증권사 연계신용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 증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제2금융권에서 과도한 자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주가가 떨어져 금융기관이 반대매매에 나설 경우 대출자들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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