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집을 미리 보러온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왔는데 너무 짜증이 납니다."
지난 주말 남양주에서 분양을 앞둔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A씨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한마디 한 말이다.
A씨가 이런 불만을 쏟아낸 내용은 이렇다. 서울 강북에서 오랫동안 전세를 살고 있는 A씨. 심각한 전세난에 재계약을 앞두고 이리저리 생각이 많던 차에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되고 있는 아파트들에 관심이 갔다.
마침 언론이나 주변에서도 올해 하반기가 내집마련의 최적기라고 해 이리저리 정보를 모으다 점 찍은 곳이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를 찾은 아파트였다.
남편과 아이 둘까지 네 식구 모두가 출동한 나들이 였지만 모델하우스에 도착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본 순간 한숨부터 나왔다.
처음에는 인기가 그 만큼 많구나 하고 기대했지만 모델하우스에 들어서기 위해 기다리면서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아직 뜨거운 태양아래 20분씩이나 줄을 서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여기에 기분이 더 상한 것은 회사에서 고용한 듯한 검은 양복의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이 줄을 맞추기 위해 이래라 저래라 통제한 것이다.
기다림 끝에 들어간 모델하우스 안에서도 검은 양복 아저씨들이 시키는데로 또 줄을 서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몇 번 하다보니 정작 집구조나 자재를 살펴보기에는 너무 지쳐버렸다.
A씨의 사례 처럼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가 오히려 힘들고 불편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양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구름인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때문에 몰려드는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질서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의 통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더더욱 위압감을 느낀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모델하우스는 회사가 상품을 팔기 위해 미리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다.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는 상품도 외면하게 된다. 한 단계 성숙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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