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비용절감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출장과 회의에 드는 비용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나온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업무여행 지급액은 10억29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17억2230만 달러에 비해 40.6%나 줄었다.
기업들은 출장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꼭 필요한 회의는 콘퍼런스콜이나 영상회의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회의를 정보통신 기술에 기대 진행할 수는 없다. 바이어나 업무 관계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회의에 필요한 각종 예약 스케줄을 짜는 데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의 회의 비용 절감 비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는 회의 관련 스케줄 관리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인 '스타사이트'를 도입해 연간 1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여행 관련 리서치업체인 포추스라이트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열리는 회의에 직원들을 참석시키는 데 필요한 숙박 및 교통비 등으로 연간 175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스타사이트'를 개발한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스타사이트는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 회의 및 각종 국제 회의를 위해 연간 2400억 달러 가량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요타 미국 법인은 미 전역에서 연간 400여건의 회의를 갖는다. 매달 회의에 참석하는 직원만 3500명에 달한다. 2006년까지만 해도 직원 3명이 이들의 출장과 회의와 관련한 업무를 도맡았다.
로안 캐시힐 도요타 회의 스케줄 매니저는 "당시 도요타의 회의관리 시스템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경기침체로 무너진 미국 자동차 '빅3'만큼이나 뒤쳐져 있었다"며 "도요타는 회의 관리에 있어서는 키보드가 아니라 타자기를 두드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직원들의 출장이나 대규모 회의를 관리할 때 개인별 인적사항을 수작업으로 입력해 숙박시설을 예약했다. 또 수십명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의의 경우 호텔 측과 직접 가격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스타사이트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프로그램은 출장에 필요한 숙박 예약 등을 대신해 주고 있다. 도요타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회의에 드는 비용을 과거에 비해 23%나 줄일 수 있었다.
특히 회의 스케줄 관리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회의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어졌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기존 예약 건은 포인트처럼 적립돼 다른 직원의 출장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사이트는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절감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9만3000개의 호텔과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도요타는 호텔과 직접 접촉할 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예약할 수 있다.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예산에 대한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캐시힐은 "스타사이트를 통해 회의 관리에 필요한 연간 예산부터 직원 한 사람당 필요한 비용까지 자세한 보고서를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계 역시 이런 예약관리 시스템을 반기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아코르호스피탈리티의 마이클 베어드슬리 부사장은 "스타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고객들은 업무상 출장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에 비해 다양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해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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