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걷히지 않고 있다. 남녀간 임금격차는 여전하고 주요 기업 임원이 된 여성은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꼽은 50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가 여성인 곳은 15군데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타나는 남녀간 불균형은 이 뿐만 아니다. 포춘은 18일(현지시간) 여성이 미국 노동인구의 절반에 가깝지만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여성 비율은 30%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20여년 전인 198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법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의 여성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기업들이 MBA 출신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경영전문대학원 진학은 남성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비영리단체인 포르테재단이 2001년부터 여성들의 경영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엘리사 생스터 포르테재단 이사장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다는 게 MBA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MBA 과정에서 체득할 수 있는 분석적인 사고능력과 의사결정 기술은 다양한 업종에서 두루 요구하는 소양이기도 하다.
미국 노동통계청(BLS) 분석에 따르면 학력이 높을 수록 소득이 많고 직장을 잃을 가능성은 적어진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9.7%를 기록했지만 MBA와 같은 석사학위 소지자들의 실업률은 2.4%에 불과했다.
생스터는 적잖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경영전문대학원 진학률이 남성만 못한 이유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번째 이유는 여성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업무와 학업, 가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본보기가 될 만한 롤 모델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MBA 출신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두루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슈퍼우먼'은 흔치 않다.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달리는 수학 실력과 수업료에 대한 부담도 여성들의 경영전문대학원 진학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생스터는 여성들의 경영전문대학원 진학률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2096년은 돼야 글로벌 주요 기업 CEO의 성비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경기침체로 인해 그나마 기업 고위 임원으로 있던 여성들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지원 단체인 카탈리스트(Catalyst) 조사에 따르면 여성 고위 임원 가운데 19%가 이번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었다. 반면 남성 임원의 실업률은 6%에 그쳤다. 생스터는 여성 임원의 실업률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부실한 네트워크를 꼽고 MBA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