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10대 중 4대가 A/B 세그먼트
-경기침체로 작년 말부터 수요 감소 본격화
- 獨 페차 인센티브 효과로 전년비 26.8%↑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해 유럽 자동차 판매가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도 줄어들어 10대 중 4대가 소형차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승용차 기준 지난해 유럽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약 7.8% 감소한 1471만2000대를 기록해 1993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작년 하반기는 전년 동기대비 14.5%가 감소한 636만8000대 판매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핀란드 등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매가 줄었다. 특히 스페인(28.1%↓), 이탈리아(13.4%↓), 영국(11.3%↓) 등 내수 규모가 큰 국가들의 감소가 컸다.
업체별로도 닛산(8.8%↑)을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전년보다 판매가 감소했다. 경영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GM그룹이 약 14% 감소한 반면, 폭스바겐(4.4%↓)과 BMW그룹(3.5%↓) 등 독일 업체들은 감소폭이 시장 평균을 하회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생산 역시 감소했는데 작년 유럽 역내에서 생산된 승용차는 총 1594만5000대로 전년보다 6.8% 감소해 1600만대 선이 무너졌다.
◇폐차 인센티브 효과로 감소세 둔화‥獨 26.8%↑
반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유럽 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8.1% 감소한 956만5000여대를 기록했다. 올 초 예상치인 약 15% 보다 감소세가 둔화된 것이다. 이는 작년 말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폐차 인센티브제 시행 때문인데, 현재 유럽 10여 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독일은 8월까지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6.8%나 증가한 267만4000대를 기록했으며, 8월 한 달 실적은 전년 동월보다 무려 40.5%나 늘었다. 중대형차 비중이 큰 독일시장의 소비자들이 폐차 인센티브 지원으로 고령의 중대형차를 폐차한 후 소형차 구매에 적극 나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랑스는 작년 12월부터 실시한 폐차 인센티브와 CO2 배출량에 연동되는 친환경차 지원책(Bonus-Malus) 효과로 143만대가 팔려 전년 동기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전년 동월대비 5월 11.8%, 6월 7%, 7월 4.5%, 8월 7%씩 각각 증가하는 등 인센티브가 정착되면서 수요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폐차 인센티브를 도입한 영국과 스페인은 제도 시행 후 수요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으며, 이탈리아도 전년대비 8월에만 8.5% 판매가 늘었다.
판매되는 차량 역시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CO2 배출량에 연동된 폐차 인센티브 등으로 소형차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A세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7.1%, 2008년 9%, 2009년(상반기) 12.7%로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표 참고).
B세그먼트 역시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A와 B세그먼트를 합한 소형차급의 상반기 판매 비중은 41.8%에 달해, 전년 35%보다 6%p 이상 증가했다. 반면 폐차 인센티브 혜택을 적게 받은 D세그먼트 이상 차급 판매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업체별 실적도 엇갈렸다. 소형차에 강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 및 판매 증가가 나타났다. 현대차는 작년 상반기보다 15.7% 늘어난 실적을 올려 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가 늘었다. 폭스바겐그룹, 피아트그룹, 포드그룹 등도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 감소폭을 줄였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업체별로 소형차 공급 확대와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해 소형차 수요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신형 폴로를 생산하는 스페인 공장의 증산을 통한 공급확대와 딜러 대상 마케팅 지원, 저리할부 등을 통해 판매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도요타도 프랑스 공장에서 야리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소형차종을 중심으로 판촉 및 광고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오펠이 연말에 신형 아스트라(C세그)를 내놓는 등 유럽 업체들을 중심으로 B·C 세그먼트 신 모델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어서, 소형차 시장을 두고 업체간 판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요 1327만대 예상‥내년 판매 저조 우려
자동차산업 예측 전문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는 지난 6월 소형차 중심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유럽 자동차시장 연간 판매가 작년보다 9.8% 줄어든 1327만여 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업계는 하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약 8% 감소한 58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폐차 인센티브의 도입국 확대와 작년 하반기 판매급감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2010년이다. 올해 연말이면 각국의 폐차 인센티브가 일제히 종료돼 판매동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수요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판매 감소세가 둔화된 데는 한시적 폐차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선수요 발생이 큰 역할을 한 만큼, 내년도 수요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년 승용차 산업수요에 대해 올해보다 7%에서 1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연간 1300만대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프랑스가 연말 종료 예정인 폐차 인센티브를 내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또한 연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배기량에 따라 구분하는 국내와 달리 차체의 길이를 기준으로 각 세그먼트를 나누고 있다. A 세그먼트(basic, 경차)는 3500mm 이하, B 세그먼트(small, 소형)는 3850mm 이하, C 세그먼트(lower midium, 준중형)는 4300mm 이하, D 세그먼트(upper midium, 중형)는 4700mm 이하로 구분된다. 그 이상인 E 세그먼트(excutive, 준대형), F 세그먼트(luxury, 대형)도 있다.
아주경제= 독일(프랑크프루트)/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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