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석래 회장의 마지막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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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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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과 숫자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공학박사 출신다운 꼼꼼함.”
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재계의 평이다.
 
조 회장의 신중한 성격 덕분인지 효성그룹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은 재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효성그룹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아는 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반도체 사업 자체가 효성그룹의 기업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 그중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의 주력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의 수급에 따라 조 단위의 적자와 흑자를 넘나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누가 먼저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해 신제품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 때문에 효성그룹처럼 신중하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로는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효성그룹의 재무구조도 하이닉스 인수의 걸림돌이다.

효성그룹의 총자산은 8조4240억 원인데 하이닉스의 총자산은 13조5393억 원으로 효성의 1.5배가 훨씬 넘는다. 따라서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야 하는데 지난 6월말 기준 효성그룹의 순차입금은 2조원에 육박한다.

또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인수대금 뿐만 아니라 수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의 부채와 추가 투자도 떠맡아야 한다.

만일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서 효성그룹이 돈을 빌린다면 효성그룹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효성그룹의 하이닉스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단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리한 M&A를 조석래 회장은 왜 추진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효성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느니, 그룹의 재계 순위를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여러 가지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진짜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그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1935년생이니 조 회장의 올해 나이는 일흔 다섯이다. 남들은 사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할 나이에 조 회장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생면부지의 새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론 조 회장의 도전이 과욕이 빚어낸 판단 착오일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시장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 CEO의 책무는 끊임없는 자극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신을 시도하는 조 회장의 도전정신은 CEO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과는 달리 매각당사자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주단은 자기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효성그룹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비록 역부족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일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도전에 나선 조석래 회장의 투지에 격려를 보낸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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