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과거사에 대한 기본인식을 공유했다.
두 정상은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뉴욕에서 처음 만나 회담을 갖고 인사말부터 역사인식과 관련해 '짧지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회담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먼저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면서 "양국 관계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양국은 서로 신뢰하고 가장 가까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나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우리 민주당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면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관계인 만큼 양국간 문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와 아시아문제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해 협력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약 35분간 길지않은 대화를 나눴으나 '아시아외교'를 특히 중시하는 하토야마 총리와 '신(新)아시아 외교'를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이 새로운 한일관계 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양국간 현안 및 북핵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핵문제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해야 한다"면서 국제공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이 6자회담 참가국의 강한 결속력을 강조하자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한편 하토야마 총리는 이번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총선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온실가스 1990년 대비 25% 감축'을 국제공약으로 내놔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면서 "이것이 다른 나라도 자극시켜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좋은 결과를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의 과감한 선도적 제안이 미국과 중국 등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하토야마 총리는 2016년 하계올림픽의 도쿄(東京) 유치를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이 대통령은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박인국 주 유엔대사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일본 측에서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관방장관 등이 배석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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