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취업대란 속에서도 퇴직을 원하면 일하지 않아도 그간 받아오던 월급을 1년 간 지급하는 준정부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예탁결제원이다.
27일 아주경제가 단독 확인한 한국예탁결제원 내부규정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2003년부터 6년 간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두고 미리 퇴직을 신청하면 향후 1년 동안 그동안 받아오던 기본급여를 그대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퇴직 후 퇴직금을 따로 정산 받는 것은 물론이다.
지급되는 월급도 지난 6년 간 평균연봉이 약 8800만원으로 국내 최고수준이다.
만약 6년 동안 단 10명의 신청자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만 4억4000만원이 넘는다.
신청 대상자는 40세 이상 근속연수 12년 이상 직원이다.
올해 예탁결제원 평균 근속연수가 15.01년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대다수 직원이 잠정적으로 이 제도의 수혜범위에 들어간다.
현재 증권 유관기관 가운데서도 이 제도를 상시적으로 시행하는 곳은 한국예탁결제원 뿐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올 2월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를 통합하면서 희망퇴직자 2명에 한해 임시직 형태로 전환, 인수인계와 전직준비를 목적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이를 상시적인 제도라고 보긴 힘들다.
거래소 역시 지난 2005년 1월 한국거래소 통합과정에서 이 제도를 일시적으로 시행했다. 지금은 정년 퇴직자(58세)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전직을 위한 재교육을 시행할 뿐이다.
사원 복지부분에서 국내 최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사기업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퇴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이직 및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퇴직금을 별도로 정산하면서 1년 간 기존 월급을 따로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한국예탁결제원의 ‘돈 줄’인 증권업계는 예탁결제원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너무 과한 복지규정이란 입장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 직원들이 6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고 있지만 어떤 증권사 직원도 이런 복지혜택을 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증권사로부터 받는 고액의 수수료로 운영하는 예탁원이 자기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예탁원이 감사 때마다 방만 경영이란 지적을 받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이러니 예탁원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평을 듣는 것이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은 매년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때마다 ‘방만 경영’이란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작년 만해도 예탁결제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직원에 의류 구입비를 지원하는 '피복비지원제도'를 지적받아 이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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