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체코의 중소 도시 노소비체에서는 현대차의 유럽 전략 생산기지로 기능하게 될 체코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1000여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이 현대차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1~8월 판매량이 증가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외신들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고, 공장 곳곳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유럽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적절히 대응한 곳이 현대차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폴크스바겐과 BMW 등 세계 상위 자동차 메이커들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폴크스바겐은 1~8월 판매량이 2.0%가 줄었고 BMW는 무려 20.3%나 감소했다. GM이 14.2%, 크라이슬러는 무려 46.9%나 감소했다. 절반 이상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현대차는 19.8%나 증가했다. 유럽에서 차를 파는 브랜드들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현대차만 증가한 것이다. 피아트가 고작 1.1% 늘었을 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2~3년 전부터 현대차가 i시리즈를 축으로 한 중소형 모델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이 친환경차 세제 지원 정책을 펴면서 연비와 성능에서 앞선 현대차에 많이 몰린 것도 원인이었다.
유럽시장이 사실상 중소형차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변화의 바람을 현대차가 미리 감지해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유럽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전체 산업수요가 줄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2007년 1.1.% 성장한 이후 2008년 7.8%, 2009년 9.8%씩 감소하고 있다. 내년에도 7.1%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중소형차급(A~C세그먼트)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i시리즈가 속한 이 세그먼트는 2007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57.3%에 이어 지난해에는 59.4%나 늘었다. 올해 1~8월만 따져도 63.7%나 증가해 이미 지난해 성장세를 능가했다. 내년에는 58.7%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한 것은 국내와 달리 유럽 시장은 절반 이상이 중소형차라는 점을 보면 분명해 진다. 기자가 지난 주 방문했던 독일이나 체코 등의 도심 거리에도 중대형 차보다는 중소형차가 훨씬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각국이 친환경차 지원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노후차를 없애고 고연비 소형차를 사면 최대 440만원을 보조해 준다. 덕분에 독일은 올해 지난해 대비 26.8%나 자동차 판매가 늘었는데, 그중 63.7%가 C(준중형)세그먼트 이하라고 한다.
현대차의 유럽 판매 증가도 이런 여러 효과가 한꺼번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밝기만한 것은 아니다.
각국의 친환경차 세제 지원도 올해나 내년 초에 종료될 전망인데다 경쟁사들이 중소형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이나 도요타, 오펠 등이 A~C세그먼트에 해당하는 차종을 증산하거나 새로 출시를 할 예정이다. 중소형차 격전장인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차의 고민도 A와 C사이에 놓여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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