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건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 |
실제 경기장에서 벌어진 야구 결승전도 아니고 흔히들 생각하듯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온라인 야구게임일 뿐이지만 그 긴장과 열광, 환호는 북경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이 우승하던 장면 못지 않았다. 어쩌면 실제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 없는 장애인이기에 그 흥분과 감동이 더욱 컸을 지도 모른다. 시상식 때 장관상을 받는 선수들의 얼굴에서도 실제 야구선수들 이상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의 머릿 속에서는 이 장면이 마치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으로 그려지면서 대한민국 응원단의 환호하는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정말 꿈에서나 실현 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작은 모니터 속 게임은 점차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게임이 아직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친숙한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 한국의 게임산업을 보면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게임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자 산업으로 국민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아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뿌듯함마저 느낀다. 2009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국내산업규모 5조 6000억원, 수출 10억 9000만 달러, 무역수지 흑자 7억 달러를 기록해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게임의 사회적 수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능성 게임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한국의 게임이 UN환경계획과 함께 기후변화를 주제로 추진하는 기능성게임 제작사업에 참여,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의 게임산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제를 다시 e스포츠로 돌려보자. 게임산업과 함께 산업화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e스포츠도 게임의 긍정적인 활용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분야다. e스포츠란 게임을 이용하여 벌이는 스포츠 경기를 말한다. 게임을 직접 체험하는 형태에서 관람하면서 즐기는 형태로까지 발전하면서 선수, 구단, 관중, 방송 등 일반 스포츠 경기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성세대들의 무관심속에서도 e스포츠는 계속 성장해 21세기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세계 e스포츠 산업을 리드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아마추어 e스포츠대회가 대통령배로 격상됐고 한국이 주축이 된 세계e스포츠연맹이 창단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e스포츠업계에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 400여명의 프로선수 및 약 1800만명의 이용인구를 보유한 e스포츠업계의 숙원이었던 대한체육회 정식 체육종목 채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e스포츠가 대한체육회의 정식 체육종목이 되고 전국체전, 올림픽 등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 e스포츠업계는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전국 지회를 11개로 확대해야 하며 e스포츠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세련된 대회 운영용 표준화와 매뉴얼 작업, 전용경기장 구축 및 관련 제도의 정비 등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작업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e스포츠를 통해 한국게임이 2012년 세계 3대 게임강국의 비전을 달성하고 게임코리아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e스포츠 게이머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들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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