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금으로 생긴 여윳돈을 은행에 예금할지 펀드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증시 급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으란 조언도 많았다. 이를 믿고 펀드를 매수한 투자자 상당수는 결국 마이너스로 추락한 수익률 탓에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원금만 회복하면 바로 환매하겠다는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귀가 솔깃해진다. 국내ㆍ외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자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증시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선뜻 증시에 뛰어들긴 쉽지 않다. 작년 금융위기 직후 저가매수 기회란 조언만 믿고 투자했다가 반년 넘게 애간장을 태운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증시가 연초보다 무려 50% 이상 오른 것도 부담스럽다. 물론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아직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동성 회수를 수반하는 출구전략을 본격 논의하고 있는 만큼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증권가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장기투자 원칙을 다시 새기는 전환점으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대형 우량주와 대기업 펀드로 압축해 꾸준히 투자하란 것이다. 그래도 증시에 자신이 없다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맡기고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도 방법이다.
◆적립식 장기투자로 시장수익 상회=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분기 대기업 실적이 작년 같은 때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우량기업에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하는 펀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이후 상승장을 이끌어 온 외국인 매수세가 다소 약화됐지만 해외 시장 대비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거치식보단 적립식으로 국내 우량주나 그룹주 펀드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배당주 투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여윳돈으로 펀드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배당주펀드에 장기투자할 것을 권한다"며 "배당주펀드는 3년 이상 수익률을 볼 때 대부분 상위 10% 안에 포함돼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확신 없다면 CMA로 적기 관망=단기적으로 증시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면 한동안 CMA에 자금을 예치하고 투자 적기를 탐색하는 것도 좋다.
증권사마다 지급결제 서비스를 개시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고수익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어 CMA 자체 수익률도 적지 않다.
실제 이달 들어 CMA 수익률은 5%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2% 수준에 그쳤던 게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0.1%에 불과한 은행 보통예금과 비교하면 50배나 많은 수익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식이나 펀드가 여전히 불안하다면 CMA에 여유 자금을 넣어 단기 수익률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투자 시기가 정해지면 신속하게 펀드에 투자할 수 있고, 은행 이체와 공과금 납부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 혜택도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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