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녹색성장과 어느 관료의 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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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2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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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심포지엄'에는 각계 각층의 VIP들이 참여해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전 정부와 기업들의 화두임을 실감케 했다.

   
 
 
특히 청와대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고위관계자와 외국기업 대표, 야당 대표가 함께 녹색성장 캠페인 발대식 버튼을 누르는 광경을 지켜보던 한 정부 고위 관료의 심경은 남달랐다.

기획재정부 노대래 차관보. 그는 “정부가 최근들어 '녹색성장'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과거에는 이런 말 자체를 꺼내는 게 오히려 금기시 될 정도였던 시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선진국들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를 더 받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구호 뿐인 허상에 불과했다. 아니 알아도 모른 척 입 다물고 있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정부 주도 계획경제 하에서 관료가 나서서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 바른말을 했다가 권력의 최고위층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좌천되기 십상이었다.

그가 추진력과 의협심 강하기로 소문났던 총괄사무관 때 외교 당국으로부터 등골이 오싹할 만큼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미국 내 철강설비를 우선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외쳤다가 목이 달아날 위기에까지 처했던 것이다.  

그는 대기 중 오존층 파괴가 세계를 재앙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즉시 민간 환경문제 전문가 등과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환경문제에 대한 예산배정이 거의 없던 당시 예비비 담당자를 우격다짐으로 설득해 우여곡절 끝에 국제회의에 참석했었다.

그런 그가 회의에서 미국의 돈 줄을 향해 대놓고 소신을 폈으니 국제사회를 포함한 여론이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외교당국 고위관계자들로부터 ‘당장 그를 잘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다행히 자신의 설명을 이해한 직속상관의 설득으로 사태가 무마되긴 했지만 수년간 ‘환경’ ‘녹색’ 자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해지곤 했다고 그는 술회했다.

노 차관보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환경문제'와 '녹색성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국을 방문할 때마다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제 노 차관보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면서도 경제 발전과 병행하는 환경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해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MB정부는 최근 ‘녹색성장’을 기치로 세계 무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녹색성장’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테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녹색성장 정책은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 녹색성장 정책을 강도 높게 실현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등 시기상조론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관료들은 정책 개발과 함께 국회와 기업, 국민들을 설득해나갈 묘수들을 짜내고 실행해나갈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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