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약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을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보험 전매제도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생명보험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약자를 보호하고 중도 해지율을 낮추기 위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출이 늘어나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9일 정치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전매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및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음주 발의된다.
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법안이 완성돼 국회 법제실의 최종 검토를 받고 있다"며 "다음주 중으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험 전매제도란 생명보험 계약자가 전매회사에 자신의 보험계약을 팔 수 있는 제도다. 전매회사는 계약자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보험사가 지급하는 환급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대신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대신 수령하게 된다.
박 의원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계약자가 많지만 보험사가 제공하는 환급금은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턱없이 적다"며 "보험 전매제도를 도입하면 중도 해지율을 낮출 수 있고 가입자는 경제적 손실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제도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완성된 법안은 당초 보험업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보험 가입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을 전매회사에 넘길 경우 보험사는 '특정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또 법안은 보험료를 일정 기간 이상 납입한 계약자는 누구나 보험 전매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생명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수 십년에 달하기 때문에 불치병에 걸린 환자나 고령자 등으로 대상을 제한하면 혜택을 받는 계약자가 많지 않게 된다"며 "5년 이상 납입하면 보험 전매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보험 전매제도가 활성화될 경우 해지율이 낮아지고 보험금 지출 규모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전매회사가 계약을 인수해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비율이 줄어들고 사망보험금 지급도 늘어나게 된다"며 "보험금 지급 증가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 전매제도를 도입할 경우 경제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전매회사가 낮은 금액에 계약을 인수할 수 있어 계약자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피보험자의 생명을 담보로 보험계약을 매매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인되기 어렵다"며 "전매 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어려워 자칫 전매회사만 배를 불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계약을 넘기려면 보험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강제한다면 업계가 크게 반발할 것"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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