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통신산업의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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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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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호 KT 홍보부장
아담 스미스는 ‘가격’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 했다.

시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동시에 시장 매커니즘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의 의미다.

통신산업에서는 흔히 주파수를 토지에 비유한다. 주파수는 국가의 공공자원이고 유한하며 생산수단으로서 기능한다는 속성이 토지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다.

통신서비스사업자는 주파수라는 생산수단을 이용해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부가 토지를 이용해서 농산물을 재배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이동통신 분야에서 논란이 돼온 저대역 주파수 논쟁도 이 같은 비유로 설명될 수 있다. 800MHz 라는 비옥한 토지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부는 똑같은 노력으로 2배의 수확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땅을 자신이 개간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합병절차를 거쳐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불공평한 것이다. 주파수대역을 달리하는 후발사업자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토지 비옥도 측면에서 같은 정도의 수확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불편부당한 불공정성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지난해 12월 비옥한 토지를 나누기로 했다. 그동안 독점으로 사용했던 800MHz 대역 일부를 회수하고 공공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900MHz 대역을 신규 발굴해서 저대역 주파수라는 품질 우수한 토지를 갖지 못한 후발사업자 내지 신규사업자에게 대가를 받고 분양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방통위의 조치는 매우 적절하며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파수 회수 재배치 공고가 준비 중이다.  공공용, 방송 중계용 등 여러 곳에서 사용하던 주파수를 이동통신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깨끗이 비우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900MHz 대역 회수 재배치 공고는 다시 말해 토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지정리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고 있던 토지를 일부는 돈을 줘 보상을 하고 일부는 개간을 해서 새롭게 경지정리 후 토지 사용에 적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작업 중 빨간 불이 들어와 사업자의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진행대로라면 저대역을 비롯한 주파수 할당공고를 통해 주파수 할당 절차를 개시해야 하지만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와 같이 연내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하려면 이달 중에는 주파수 할당공고가 있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가 버렸다.

현재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추가 주파수 할당이 시급한 상황이고 여분의 주파수 대역도 무선인터넷 활성화 등 이용량이 증가하는 측면을 고려하면 주파수는 곧 넘칠 것이다.

주파수 특성상 각 사업자 할당이 된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약 2년여 간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가을 추수를 위해 봄부터 모내기를 하는 등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과 같다. 경작에 필요한 토지분양이 늦어져 농사를 짓지 못하면 쌀을 사먹는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주파수 할당이 늦어질 경우 결국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는 통신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다. 모든 국민이 누려할 가치이며 자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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