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대한 7가지 신화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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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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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CG, '소비의 시대는 끝났다' 등 근거 없는 신화 지적

글로벌 기업들이 금융위기가 몰고 온 경기침체로 잔뜩 움추려 있다. 경기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뜨거운 맛'을 본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경기전환기의 기회를 놓치고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경계의 고삐는 여전히 팽팽하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그러나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근거 없는 공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시장과 소비자를 직시하기보다는 불황에 대한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BCG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과거 2년간 전 세계 2만여명의 소비자를 상대로 실시한 소비자태도조사 등을 근거로 불황에 대한 7가지 신화의 진실을 소개했다.

◇소비의 시대는 끝났다?
흥청망청 쓰는 시대가 끝났을 뿐이다. 과거의 대량 소비시장이 붕괴되고 소비 규모가 줄었지만 소비를 통해 우울한 마음을 달래는 '쇼핑요법'(retail therapy)은 여전히 유효하다. BCG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 2월 경기침체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조차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 가운데 51%와 49%는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과 소비계층에 따른 편차도 크다. 시장을 세심하게 훑어보면 반드시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프랑스와 독일시장의 수요가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황의 탈출구는 없다?
경기침체가 소비 패턴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시장 및 제품 카테고리를 구분해 경기침체의 영향력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일례로 BCG가 조사한 미국 소비자의 41%는 화장품 구입과 관련, 저가 브랜드를 찾기보다는 가격이 비싼 기존 브랜드를 구입하되 구매 횟수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반면 통조림이나 건조식품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고가 제품보다는 가격이 싼 판촉상품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브랜드는 죽었다?
불황은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물론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가 브랜드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회를 틈타 소매유통업체들은 저가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일류 브랜드라면 치밀하고 효과적인 마케팅믹스(marketing mix)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 볼 만하다. BCG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소비자 70% 이상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류 브랜드 제품으로 소비취향을 고급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랜드 제품은 기술력이 탁월해 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레이딩업(trading up)'은 끝났다?
경기침체 속에 '절약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광이었던 미국인들의 저축률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구입하는 트레이딩업 현상도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트레이딩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최근 '절약'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은 향후 소비의 질을 높이고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혁신에 집중하며 조만간 불어닥칠 트레이딩업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절감·현금확보에 나서야 한다?
불황기에 기업가들은 자세를 낮추고 경기가 되살아나길 기다린다. 섣부른 모험보다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 실탄을 확보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BCG 조사 결과 글로벌 소비재기업 최고경영자(CEO)의 87%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불황일 수록 절감한 비용을 혁신을 통한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경쟁업체들이 시장에서 물러나 있는 사이 선보인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야말로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경기침체 때 선보인 애플의 아이팟(iPod)이나 프록터앤갬블(P&G)의 전동칫솔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유통업체 전면전 돌입?
소비부진은 제조업체와 소매유통업체 모두에게 고통이다. 제조업체가 비용을 최대한 줄여 납품해도 유통업체는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기 일쑤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저가로 출시되는 자체브랜드 제품은 상당한 위협이 된다.

보고서는 그러나 아류 브랜드가 하루 아침에 선두 브랜드의 아성을 넘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상생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두 브랜드업체가 유통업체와 함께 소비행태를 철저히 분석해 제품군을 최적화하면 위기 속에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전략보다는 전술이 먼저?
위기에 빠진 기업가들은 전략보다는 전술을 가다듬게 마련이다.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는 긴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들더라도 지금이 전략을 되짚어 볼 적기라고 강조한다. 특히 경기전환기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시장 변화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류 기업들은 3가지 렌즈를 통해 미래를 내다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단기적인 기업활동과 중기 계획, 장기 목표를 볼 수 있는 렌즈가 그것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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