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일 대장정의 돛을 올린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의 첫 작품이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통합 논란이 나온지 15년 만이다.
그러나 출발부터 곳곳에 위험스런 암초가 버티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86조원에 이르는 부채,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본사 이전, 조직과 인력 등 몸집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문제가 눈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해결사로 투입된 이지송 초대사장의 양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이 사장과 임직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국민들이 다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통합공사가 해쳐나가야 할 암초와 제거방법에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정상화' 갈 길 멀다
통합공사는 86조원(금융부채 55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출발한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두 공사의 부채를 합한 것이. 2014년말이면 금융부채규모는 154조8000억원, 금융부채비율은 40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공사의 방만경영이 도마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통합공사 자산이 105조에 이르지만 대부분 임대주택 등 지금 당장 환급이 어려운 것들이다. 현재 부담하고 있는 이자만 연 2조원 규모다.
공기관으로서 공공사업을 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지만 이 사장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우선 13조원에 이르는 재고토지와 3조원의 미분양주택을 조기매각할 계획이다. 사옥 등 1조원의 중복자산도 조기 매각하고 국고보조금 출자전환 등 정책사업의 재원지원 방안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또 사장직속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조직도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토지은행 등 통합공사가 해야할 공공사업이 쌓여있는데다 수익사업을 할 수도 없다. 85㎡초과 중대형 주택 사업이나 재건축·재개발 시행·시공 등은 예외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할 수 없고 택지사업과 도시개발사업도 축소해야 한다.
결국 사업 대부분은 공공성이 높은 것들로 하되 예산은 대부분 새 공사가 알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사장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구조조정' 뼈깎는 아픔 감내해야
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문제는 바로 구조조정이다. 두 공사의 통합이 1993년부터 논의돼 온 것도 '방만한 경영' '거대한 몸집'과 같은 외형상 보여지는 것들이 큰 이유였다.
현재 두 공사의 임직원을 포함한 정원은 7367명. 2012년까지 24%인 1767명을 감원해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도 대폭 줄어든다. 본부가 기존 12개에서 6개(기획조정본부·보금자리본부·녹색도시본부·서민주거본부· 국토관리본부·미래전략본부)로, 지사도 24개에서 12개로 줄어든다.
기존 두 공사의 공통지원기능과 중복·폐지·축소 기능 등 관련 인력이 19%인 1400명, 아웃소싱 등 경영효율화를 통한 인력감원이 6.8%인 499명이다.
또 보금자리주택건설 등 핵심업무 수행을 위한 인력 248명(오차 3.4%)을 전환배치한다. 기능이 폐지되는 집단에너지사업, 국유잡종재산관리 업무 담당 임직원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분명한 인사원칙은 있다. 바로 능력 성과위주의 인사다.
이 사장은 "주공 직원 1명, 토공 직원 1명식의 산술적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구조조정 당하는 일은 반드시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개편과 인력 감원 문제는 이 사장이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아직 임원인사조차도 하지 못한 것도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공사의 직원들과 노동조합의 불만을 얼머나 줄이면서 조직을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다.
◇'본사이전'..해법은 어디에
본사 이전 문제도 당면 과제다.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확정되면서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로,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로 각각 이전하기로 했으나 두 공사 통합발표과 함께 한 곳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역주민, 두 공기업 조직원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여서 쉽게 결정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자칫 지역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인만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통합을 앞두고 두 혁신도시에서는 관계자들이 단식투쟁을 하는 등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토지주택공사가 매년 내고 있는 지방세는 650억원 가까이 된다. 두 지자체는 이에 따라 토지주택공사 없는 혁신도시 조성은 의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토지주택공사는 물론이고 정부도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 문제는 국회쪽에서 가닥을 잡아갈 확률이 크지만 지역주민들의 양분된 의견으로 당초 이전이 계획된 2012년까지 해결이 될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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