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종합병원들이 3년6개월 동안 환자들로부터 3천억원이 넘는 선택진료비(특진비)를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병원은 관련 대학이나 재단 등을 통해 제약사들로부터 거래 관계의 유지 대가로 볼 수 있는 600여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공정위는 30일 수도권 소재 8개 대형 종합병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특진비를 부당 징수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인천 가천길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고대 안암병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선택진료를 신청하는 환자에게 영상진단이나 병리검사, 방사선처럼 주 진료과가 아닌 진료지원과에서도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택진료를 받도록 하고 25~100%의 추가 비용을 받았다.
또 임상강사나 전임강사, 임상조교수 등 의료법상 선택진료 자격이 없는 의사에게 선택진료를 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병원들이 2005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부당 징수한 특진비는 서울아산병원 689억원, 삼성서울병원 603억원, 신촌세브란스병원 576억원 등 총 3천3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추정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수원 아주대병원은 진료비에 포함해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로부터 받게 돼 있는 치료재료비를 진료비와 별개로 환자에게 중복으로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7개 병원이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학이나 재단 등을 통해 제약회사 등에 기부금을 사실상 강요해 총 600여억원을 받은 혐의를 추가 심사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중 가톨릭학원은 서울성모병원과 성의회관 신축 등을 위해 229억원을, 연세대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수원 부지 매입과 영동세브란스병원 증축 경비 등의 명목으로 163억원을 받았다.
공정위는 종합병원의 특진비와 치료재료비 부당 징수에 대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에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는 내달 5일부터 특진비를 부당하게 낸 환자들의 피해사례를 모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조정이 이뤄지면 환자들은 특진비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정위 안영호 시장감시국장은 "대형 종합병원의 진료비 징수와 관련한 부당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했다"며 "이번 조치가 병원의 불건전한 의료수익 추구 행위를 바로잡고 가계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부담을 더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등은 "선택진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고 현행 법제 및 판례상 주진료과 의사에게 선택진료 여부를 포괄 위임할 수 있다"며 "기부는 제약사가 순수한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병원에서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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