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로 곡식들을 타작을 하면 알곡과 쭉정이가 분류되듯 지난해 추석 즈음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1년 동안 전세계 기업들을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으로 나눴다.
그리고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LCD·TV·휴대폰·조선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도리깨질보다도 혹독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험 속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분기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55.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우리 기업만이 양산 기술을 갖고 있는 40나노급 DDR3 제품은 품귀현상으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3분기에 1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며 하이닉스도 3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국 반도체 산업이 적자의 수렁에 허덕이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1~2년 앞선 기술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1~9월) 총판매량 220만7814대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7.1% 판매가 증가했다. 주요 경쟁사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나홀로 성장’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에는 전년대비 61.3% 증가한 30만7181대를 판매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 6월에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가 선정한 2009년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일반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아울러 한국 TV산업은 ‘LED TV' 열풍을 주도하며 2분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 36.8%를 기록했다. 휴대폰 역시 점유율 30% 선을 돌파했다. 조선업에서는 세계 10대 조선소 가운데 8개가 한국 조선소일 정도로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가 높은 특수선에 대한 비중이 높아 최근 금융위기로 해운업계가 초토화됐지만 비교적 미미한 충격을 받았다.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는 동안 한국 산업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며 주요 산업 부문에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IMF 이후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신중을 기한 것도 있지만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며 “다음 세대에도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공격적이고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김훈기·이하늘·김병용 기자 bom@ ehn@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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