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정상화?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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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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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이 외견상으론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단기부동화했던 자금이 대부분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회전식 정기에금 등으로 편입되면서 자금 흐름의 불안함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금리를 따라 '부동화'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6조2925억원이 빠지면서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순유출세가 이어졌다. MMF에서는 3분기에만 총 30조원이 넘는 돈이 빠졌다. 설정액도 70조29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80조원 선이 무너졌다.

대표적인 단기투자 상품인 주식형 펀드에서도 3분기에만 5조8900억원이나 순유출됐다.

이는 단기부동화 했던 자금들이 은행 예금금리 상승 및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머니리턴'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제회복세가 이어짐에 따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다소 잠잠해지고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함에 따라 단기부동자금들이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고 있다"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한동안 상승할 것으로 보여 금융시장은 앞으로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이 정상을 되찾았다기 보다 고금리를 쫓아 이동한 것으로, 대부분 초단기 예금에 몰려 있어 이들 자금이 앞으로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실제로 8월 중 예금은행 수신 평균금리(신규 취급액)는 연 3.07%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오르며 올해 2월(3.23%)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이에 힘입어 8월 은행 수신은 13조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 자금 중 절반이 넘는 7조원이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국민은행이 이달 내놓은 CD 금리 연동형 정기예금에는 한 달 만에 1조512억원이 몰렸고, 신한은행의 회전식예금인 '탑스회전정기예금'은 9월 들어 2조원 이상 급증했다. 하나은행의 '하나 369 정기예금'도 19일 영업일 만에 1조원을 유치했다.

결국 자금이 추세적으로 예금에 몰렸다기 보다는 다소 금리가 높은 쪽으로 '부동화'한 것에 불과한 셈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의 증거로 거론되는 은행 대출 증가 역시 주택담보대출 등에 국한돼 있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7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산업여신은 총 950조7087억원으로 전월(947조2079억원) 대비 3조5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올 1월부터 매월 5조~8조원 가량 증가하던 산업대출은 6월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매월 3조원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소비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실물 경제 회복이 더뎌 출구전략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얘기를 언급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면서 "자꾸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여론 몰이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산업부분에 대한 꾸준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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