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는 것
심상훈의 Book&Talk
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著/ 해냄
‘세상은 때때로 나를 속였다. 세상에 상처 받으며, 내 몸에도 하나 둘 가시가 돋아났다. 험한 세상을 건너려면 우선 내 안에 흐르고 있는 큰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베스트셀러 ‘연탄 길’로 잘 알려진 작가 이철환의 첫 장편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해냄刊)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주인공 최유진의 독백을 한자(漢字)로 압축하면 삶을 의미하는 ‘생(生)’이 된다. 생(生)이라는 한자를 두고 한양대 유영만 교수는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를 건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용기’라는 책에서 설명한 적 있다. 또 있다. 허신의 ‘설문해자’가 그것이다.
풀이에 따르면 생이란 나아간다는 뜻으로 흙(土) 위로 솟아나는 초목(艸木)을 상형화한 것이라고.
인간이 소가 됐든 아니면 한 줌의 흙이 됐든 어차피 사는 동안에는 세상이 나를 속이든 아니면 내가 세상을 속이든 간에 ‘앞으로 나아가고 큰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아닐까.
그렇다. 책 속의 주인공 최유진과 주변 인물을 통해서 작가는 그것을 시종일관 말하고 있다. 긍정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눈물 한 방울(′)이 모이고 모여서 나(主)를 키우고 세우는 것(生)’으로도 한자를 요령껏 파자(破字)할 수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첫 사랑에게도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는 주인공 최유진은 아버지의 말(“먼 길 갈 때는 달빛을 보며 걸어라”)을 비로소 긍정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된다. 이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멘토 역할을 하는 시각장애인인 옆집 아저씨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는데 아쉬움이 있다면 아저씨의 씁쓸한 죽음의 장면이 그렇다.
작가는 생에 대해 정리한다. “내일을 모르면서 내일을 살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기쁨 아니면 슬픔이다”라고 말이다. 말하자면 오늘이 슬프다고 해서 내일이 기쁘지 않으란 법이 없는 게 무릇 삶이란 것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는 것이리라.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 아저씨의 유언과 아버지의 유언이 참 좋았다.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아저씨 왈,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욕심이고, 그래봐야 자기만 힘들거든”(200쪽)
아버지 왈,
“유진이 너는, 세상이 옳다는 길로만 가지 말거라. 가끔은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거라.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들이, 때로는 옳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 나서 알았다.”
그렇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혹은 세상이 옳다는 길로만 가려고 했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불행하다고 보잘것없다고 아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게 될 것이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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