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집념으로 이룬 '에어컨 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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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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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거리전기 둥밍주 사장

   
 
 
중국에서 에어컨 및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거리(格力)전기의 둥밍주(董明珠·사진) 사장은 집념이 강한 여성 경영인으로 명성이 높다. 중국에서도 후발주자로 꼽히는 거리전기는 막강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에어컨업계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거리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 위안(약 6조8000억원)이 넘는다. 같은 해 거리전기가 생산하고 판매한 에어컨은 약 2700만대. 1990년대 이후 줄곧 에어컨 제조와 유통시장을 지배해 온 춘란(春蘭)과 궈메이(國美)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둥 사장은 1975년 거리에 입사했다. 장수와 안훼이지점 영업을 총괄했던 그는 1996년 판매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판매 총괄이라지만 그가 이끌었던 영업사원은 2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해 거리는 중국 에어컨 판매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경쟁사의 영업인력이 1000명에 달했던 데다 거리가 후발주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같은 성과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력을 인정받은 둥 사장은 2001년 사장 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50대 여성 경영인 가운데 한명으로 입지를 굳혔다. 둥 사장은 이후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같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언론들은 둥 사장의 성공 비결로 산업 전반에 대한 안목을 꼽고 있다. 실제로 그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궈메이에 종속돼 있던 데서 벗어나 전자제품 판매 대리업체와 공동으로 합자회사를 설립, 농촌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시장을 공략해 '궈메이 계열' 업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한 방송은 "둥 사장이 걸어온 길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거친 길이었다"고 평가했다.

둥 사장의 비주류 시장 공략이란 '농촌에서 출발해 도시를 공략한다'는 경영방침을 뜻한다. 전자제품이 잘 갖춰지지 않은 농촌의 특성을 감안해 '패키지상품 판매'라는 전략도 함께 시도됐다. 어찌보면 단순한 전략인 만큼 다른 중국 업체들도 잇따라 둥 사장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의 둥민주가 된 기업가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둥 사장이 눈부신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요소로 시장의 미묘한 변화를 읽는 예리한 관찰력을 꼽는다.

둥 사장이 스스로 강조하는 또 다른 성공비결은 성실과 집념이다. 그는 최근 중국의 한 신문사와의 대담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수라간에서 쫓겨난 장금은 정성스럽게 벼를 말리고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 모습을 본 장금은 '성의와 땀으로 만든 음식'이 가장 훌륭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둥 사장은 장금이를 통해 모든 일은 성실과 집념을 가지고 꾸준하게 해나갈 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성실과 집념을 강조하는 둥 사장은 시장 조사를 할 때도 지리적으로 가장 멀거나 길이 험한 벽지, 또는 매출이 가장 취약한 곳을 먼저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리 직원들이 회사에서 매일 보게 되는 '빈말을 줄이고 실질적인 일을 하자'라는 구호도 같은 맥락이다.

또 대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위해 외국 기업의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데 반해 둥 사장은 연구개발(R&D)을 강조하고 있다. 거리가 R&D에 투입하는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지난해 쏟아부은 예산만 10억 위안에 달한다. 때문에 거리가 막대한 R&D 비용을 거둬들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높여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경쟁과 기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둥 사장은 외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절대적 우위에 선 기술이 단가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주적 핵심기술과 자체 시스템을 보유해야 품질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가장 낮은 원가 수준에서 품질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신속(speed)과 미소(smile), 근면성실(sincerity), 안전(safety)으로 무장한 '4S' 기업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아주경제= 이문걸 기자 leemoong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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