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에 지급된 퇴직금 168억 불과..노동부 '문제없다' 뒷짐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건설근로자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할 공제부금 1020억원을 주식투자로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제출한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제회가 주식투자로 입은 손실액은 작년 총수입 2452억원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파생상품에 대거 투자했다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공제회가 작년에 건설근로자 퇴직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168억원에 불과해 '누구를 위한 공제회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일용근로자 한 모씨는 "우리는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있는 지도 몰랐고 60살이 넘으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공제회가 몇 몇 사람들의 배만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주무관청인 노동부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사무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립 10여년만에 총자산 8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공제회의 손정웅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이사관을 지냈고, 전무이사와 감사는 노동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어서 노동부가 '제 식구 감싸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 임원이 받는 연봉은 1억원에서 1억3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공제회는 사업실적을 노동부에 보고하는 것 이외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직원공제회가 경영실적으로 홈페이지에 매년 공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김 의원과 함께 공제회의 세입·세출결산서를 검토한 획계사 정 모씨는 "공제부금 중 일정비율은 사유발생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로 처리돼야 하는데 잉여금으로 처리돼 결산서 상에는 이익이 난 것으로 돼 있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윤 의원은 "형편이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활자금으로 돌아가야 할 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엄청나게 손실을 입었는데도 외부 감시가 없어서 이 사실이 은폐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노동부가 즉시 감독에 착수해 공제회 기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고강도의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사업주가 납부한 공제부금으로 건설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시작됐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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