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한성희(34, 가명)씨는 지난달 라이나생명의 텔레마케터(TM)로부터 보험 가입 권유를 받았다. 한씨는 구두로 보험 가입에 동의했지만 통화 당시 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 추후에 다시 연락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달 날라 온 카드명세서에는 보험료가 버젓이 청구돼 있었다. 당황한 한씨는 라이나생명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상담원은 본인 동의만으로 보험 계약 승인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보험사가 자신의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용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고객이 카드번호를 기억하지 못해도 전화로 동의만 하면 보험 가입이 성립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최근 중소형 보험사 간의 텔레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이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전화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도를 넘고 있다. 상담 전화를 빨리 끊고 싶은 마음에 구두로 보험 가입에 동의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고객은 보험사가 카드번호를 몰라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험사는 카드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수하는 경로는 제휴를 맺은 카드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무심코 서명했던 정보 제공 약관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카드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 대행하면서 자사 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기존에 해당 보험사와 계약을 맺었던 가입자에게 다시 보험 가입을 권유하거나 제휴 카드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경우 카드번호 등은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다"며 "고객의 확실한 동의 없이 카드번호를 유용해 계약을 승인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본인 인증 절차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간단한 신상정보만 제공하면 전화 목소리만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제3자의 명의 도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43조 3항은 유선상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고객이 보험 가입에 동의하면 주민등록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명의 도용의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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