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7%에서 지난해 44.8%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져 2014년이면 신흥국 비중이 50.7로 선진국을 압도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흥국 경제의 성장세를 낙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글로벌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신흥국 기업들이 있다.
특히 각국 정부가 친환경에너지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고 경기 회복세와 함께 원자재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자원·에너지 업종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들 기업들은 자원·에너지 분야가 미래의 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집중해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인도 풍력발전업체 수즐론에너지다. 1995년 설립된 수즐론은 풍력발전 분야 아시아 1위이자 세계 5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후발업체인 수즐론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데는 설립자인 툴시 탄티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큰 몫했다.
직물공장을 운영했던 탄티는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1990년대 초 풍력 터빈을 도입하면서 풍력발전사업의 잠재력을 간파하게 된다.
풍력에 매료된 그는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풍력발전 사업에 전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풍력발전이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으면서 2006년 수즐론은 이 부문에서 독일 지멘스를 제치고 발전량 기준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했다.
2004~2008년 매출 역시 연평균 104%씩 늘었다.
탄티는 풍력 발전 수요가 해마다 25%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도는 연간 풍력 발전 용량 증가 규모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가 M&A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즐론은 지난해 치열한 인수전 끝에 독일의 풍력터빈 제조업체 RE파워를 16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잠재 발전 용량을 대폭 보강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유럽 신재생에너지산업 선두주자인 유퍼(EUFER)와 풍력 터빈 전량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멕시코 시멘트업체 세멕스도 M&A를 통해 세계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멕시코 지역업체에 불과했던 세멕스는 지속적인 M&A로 현재 세계 3위 시멘트업체로 급성장했다.
레미콘과 골재 생산 부문에서도 세계 1~2위를 다툰다. 전 세계 64곳에 둔 생산공장을 통해 연간 9600만t의 시멘트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멕스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활용력이 높기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위성네트워크 '세멕스넷'을 통해 생산과 출하 등 전 과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합성연료 생산업체 사솔 역시 업계 1위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매출 전망치가 166억 달러로 시가총액이 398억 달러에 달한다.
사솔은 선진국 기업들이 외면한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석탄액화와 가스액화 부문 기술력은 선진국 기업들을 압도한다.
또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과 합작투자를 단행하고 독일 화학기업 콘데아를 인수하는 등 대형화·다각화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브라질 항공기 메이커 엠브라에르도 틈새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1969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엠브라에르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4590억 달러로 세계 4대 항공기 제조사 반열에 올랐다.
세계 항공기 제조업계의 양대산맥인 에어버스와 보잉이 비행기의 대형화에 나서고 있는 사이 엠브라에르는 70~110석 규모의 중소형 제트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컨테이너 제조사 차이나인터내셔널마린컨테이너스(CIMC)도 업계 최고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 직원은 6만명에 달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은 55%에 이른다.
같은 해 매출은 68억 달러로 세계 1위 컨테이너 제조사로 손색없다.
CIMC의 성장 비결 역시 활발한 M&A에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1995년 이후 독일의 그라프와 영국 클라이브-스미스코울리 등 특수 컨테이너 제작사와 합작 및 지분인수로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또 중국시장을 통합해 시장지배력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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