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자는 물론 기업가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리는 그의 투자 철학과 경영 노하우는 기업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부터 시작된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버핏의 영향력을 반영한다.
올해 버핏과의 점심은 168만 달러(약 21억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낙찰가는 역대 최고가인 210만 달러에 달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기업가들이 굳이 버핏과 점심 한끼를 먹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뭘까. 더욱이 최근 6년간 버핏과의 점심 권리를 따낸 이들 가운데 3명 이상은 미국 이외의 지역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핏과 함께 하는 식사를 통해 뭔가 얻을 게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식사 자리엔 지인 7명도 대동할 수 있다. 최고위 경영진들이 버핏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버핏과 점심을 함께 했던 중국 투자자 자오단양은 버핏과의 식사 이후 점심값의 7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다면 '버핏과의 점심'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날 게 뻔하다. 기업 내외부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회의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회의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CEO가 회의 진행은 물론 사전준비와 회의가 끝난 후의 경과까지 세밀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사전준비
경기침체로 판로가 좁아지자 기업가들은 매출이나 수익이 현저하게 처지는 지역 사업부를 직접 찾는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CEO가 회의석상에서 문제점만 지적하다 보면 해당 부문 경영진들은 변명하기 바빠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내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CEO가 발전적인 관점에서 회의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 회의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끝나기 쉽다.
때문에 포브스는 대면 회의를 진행할 때는 CEO가 적어도 세가지 이상의 목표를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를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회의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회의 전에 질문 리스트를 마련해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 회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기대치를 회의 참석자들에게 알려 공감대를 이룰 때 회의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고 포브스는 조언했다.
◇회의 일관성 유지
회의 주재자인 CEO는 참석자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주도하면서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회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주재자가 목표를 잊는다면 회의는 비생산적인 논쟁이 되고 만다. 따라서 CEO는 회의 중에 사전에 준비한 의제와 정해진 시간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CEO가 미리 회의 시간의 60%는 참석자들의 보고나 의견을 듣는 데 할애하고 나머지 40%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회의 참석자들과의 활발한 소통도 중요하다. 특히 회의 초반 어색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유대감이 형성돼야 신뢰감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회의 중간에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대면 회의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오해가 발생해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기 쉽다.
◇지속적인 사후점검
어렵게 마련된 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후속 조치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문제 해결 방안이 마련됐다면 기업의 성장엔진이 꾸준히 가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포브스는 사후점검을 위해서는 회의를 마친 뒤 24시간 안에 회의의 주요 성과와 CEO로서의 평가 등을 이메일 등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공지하라고 조언했다. 이 때 회의에서 다뤘던 의제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또 회의 중에 돋보였던 아이디어나 논쟁거리를 함께 언급하면 쉽게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회의 의제와 관련된 신문 기사나 서적, 홈페이지 주소 등을 이메일에 포한시키는 것도 참석자들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포브스는 평상시에도 CEO가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 혹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꾸준하게 소통하는 것이 다음 회의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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