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 소액대출을 의미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의 역사는 1973년 방글라데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는 27달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줬다. 이것이 무담보 소액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시초가 됐다.
유누스 박사는 사비로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다가 1976년 자신이 대출을 받아 그라민은행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1979년까지 3년 동안 500여 가구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라민은행 프로젝트는 1983년 법인으로 설립됐다.
놀라운 사실은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가 극빈자에 대한 무담보 대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수율이 99%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대출자의 자발적인 상환의지를 높이기 위한 '우리들의 결심 16가지'라는 조항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780만명의 대출자 중에서 10명에 6명꼴인 60% 정도가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유누스 박사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성공과 함께 1984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았고 1994년에는 세계식량상과 1998년 시드니평화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올해 그라민은행은 8만4237개 마을에서 2544개의 지점을 운영하며 방글라데시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그동안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서민금융지원을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그러나 재단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서민을 지원한다는 미소금융재단에서 서민들에게 가뜩이나 민감한 돈 문제가 불거졌다.
1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미소금융재단 실무자들의 고액 임금이 이슈로 다뤄졌다.
금융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소금융재단의 2009년 수입 예산 476억원 중 재단운영비만 36억원에 달했다.
재단 사무처장 연봉이 1억원이 넘었고 팀장이 7700만원, 일반직원이 43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재단의 올해 인건비 예산은 11억7000만원으로 사무처장 이하 직원이 16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급여는 7300여만원에 달한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라는 이름은 참 잘 지었다. 금융생활에서 소외받는 서민들에게 미소금융이란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도시근로자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미소금융의 실무를 담당한다면 서민들은 또 다른 소외감과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미소금융을 통해 서민들이 미소(微笑)를 짓도록 하지는 못할 망정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면 미소금융이라는 이름에도 거부감이 들지 모르겠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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