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설립은 금감원 죽이기?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금융 소비자의 권익보호 문제가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확산된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금융소비자원 설립 이슈가 금감원의 역할 축소 문제로 이어져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김영선 의원 등 한나라당 측에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기관 설립 관련 법률에 대해 금감원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김영선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며 권택기(한나라당) 의원도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원장ㆍ부원장 등 10명 이내의 이사를 둔 금융위원회 산하 법인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금감원과 소비자원, 한국거래소 등으로 나뉜 소비자 분쟁조정 업무를 총괄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것이 한나라당에서 밝히는 법안 발의 취지다.

금융소비자원이 설립되면 일부 기관들의 조직과 기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보호와 분쟁조정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금감원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을 반기는 쪽은 금융위원회. 그동안 상급기관이면서도 금감원에 대한 효과적인 통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소비자원 설립은 금감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론이 솔솔 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금융소비자원 설립은 금융위에 솔깃한 얘기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설립 반대 이유로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에 역행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효과에 의문 ▲금융감독체계 혼란 및 금융회사 부담 가중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업무의 상호보완 관계 저해 등을 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금감원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금감원의 민원 처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 권택기(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상담 및 민원은 20만2435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8.5%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금감원의 분쟁조정 건수 역시 2만994건으로 지난해 전체인 1만8395건을 넘어섰다.

문제는 민원인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에 대한 당사자의 수용률은 지난해 48.6%를 기록했지만 올들어 43.3%로 낮아졌다.

분쟁조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면서 분쟁조정 신청 전후에 신청인 또는 해당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해 조정이 중지된 건수도 1722건으로 지난해 전체인 1673건을 이미 앞섰다.

권 의원은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신청 이전 또는 조정절차 진행 중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면서 "분쟁조정업무의 실효성도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을 담당하는 직원의 대다수가 금융회사에서 파견됐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 상담직원 55명 중 41명이 금융회사에서 파견된 직원이어서 민원인보다는 금융회사의 입장을 내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창 원장이 나서 민원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약발은 크게 먹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민원담당 인력 확충과 현장조사전담팀 신설로 민원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금감원의 감독과 검사서비스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점을 감안해 업무행태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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