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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동아시아 고문직을 맡고 있는 윤성준 고문(왼쪽)과 이치무라 고이치로 의원. 25년 우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관계 모델을 구축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은 21세기 번영의 중심은 아시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면 중심일 수 없습니다. 먼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치무라 고이치로·市村浩一郞 의원)
"이제 한일관계는 과거와 달리 전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되풀이 돼왔던 소모적 양국관계를 지양하고 전 분야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윤성준·尹星駿 하토야마유키오사무소 동아시아담당 고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지난 9일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16일 총리 취임 후 양자 수뇌 차원의 첫 해외 나들이였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오찬 등 한국에서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직전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롯데호텔에서 주한 일본외교관, 기업인 등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하토야마 총리가 한 한국인을 보는 순간 "윤~상!" 하며 달려들어 포옹했다. 함께 자리했던 참석자들이 깜짝 놀랐음은 물론이다.
주인공은 윤성준 하토야마유키오사무소 동아시아 고문. 그는 25년 전 대학 동창으로 일본에서 하토야마 총리를 보좌해온 이치무라 고이치로(市村浩一郞) 중의원 등과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호흡을 맞추며 하토야마 총리의 한국 방문 및 한국 문제 관련 정책 입안 등 여러 차원에서 갖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치무라 의원과 윤성준 고문은 이제 한일관계의 초석을 새롭게 다지는 역할을 맡게 됐다.
기자는 1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이치무라 의원과 윤성준 고문을 만나 신(新) 한일관계 및 신일본을 향한 하토야마 정부의 구상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치무라 의원은 "한국과 일본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수준 높은 기업간 협력을 통해 현재 양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를 벗어날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 분야 일본 최고 명문학교 중 하나인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동경상대)을 졸업한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개국이 장래 유럽연합(EU)의 유로와 같은 단일통화를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치무라 의원은 "한국은 일본, 중국과 연이어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며 "일본이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면 3국은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 공통의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를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히토쓰바시종합연구소 등 많은 이들이 이 가상통화의 실현 가능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자신도 관련 연구에 참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치무라 의원은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10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신일본과 아시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신일본은 정권교체로 태어난 현재의 일본이 아닌 앞으로 만들어 나갈 새로운 일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악순환, 악습, 폐해 등 과거를 청산하고 더 나아가 약자를 구제하고 소수의 이익보다는 일본 전체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치무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비영리단체(NPO) 전문가로 꼽힌다. 마쓰시타정경숙 시절 3년여에 걸쳐 미국피츠버그에서 미국 NPO조직의 순기능을 연구하기도 했던 그는 일본 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외에 공익적 기능을 담당할 또 하나의 주체로 NPO(대학이나 큰 연구기관 포함)를 꼽았다.
이치무라 의원은 "일본은 2만이 넘는 미국에 비해 NPO의 숫자도 적지만(1000여개) 전혀 순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비단 NPO뿐 아니라 고령화·소자화(小子化·저출산) 현상, 환경문제 등 한일 간에는 공통 과제가 많은 만큼 더불어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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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총리가 지난 9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윤성준 고문을 보자 끌어안으며 동북아시아 협력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고 격려했다. |
이치무라 의원과의 우정에 대해 묻자, 윤 고문은 "히토쓰바시대학 재학 시절, 이치무라 의원과 웅변부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다"며 "그 때부터 장차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회상했다.
1990년 한국으로 돌아온 윤 고문은 1994년 한일청년포럼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의 젊은 정치가와 기업인, 관료 등과 미래의 한일관계 청사진을 그려왔다. 이치무라 의원도 하토야마 총리(당시 의원)의 정책 보좌와 NPO활동을 겸하면서 2003년 중의원에 당선된 이후 더욱 빈번하게 윤 고문과 교류해왔다.
윤 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2005년 11월 한일수교 40주년 행사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 몇몇 민주당 의원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이치무라 의원과 함께 하토야마 총리와 한국 교류와 관련해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하토야마 총리의 방한은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그는 하토야마사무실을 통해 방한하는 일본 민주당 의원들의 일정조정 등을 맡아 진행해 왔다.
윤 고문은 "대학원 때 일본의 식민지배를 전면 반대하고 소일본주의를 주장해 일본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이시바시단잔(石橋湛山)을 연구했다"며 "그와 맥을 함께하고 정권을 넘겨준 이가 하토야마 총리의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였다는 인연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쇼(大正)데모크라시'라고 일컬어지는 시기에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결국 군국주의의 길을 걷게 됐듯, 한일 양국이 소모적인 분쟁을 일삼게 되면 오히려 우익이 더 득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을 비롯한 이웃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하토야마 정부를 신뢰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고문은 또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철학인 '우애사상(Fraternity)'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시작하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민주당 안팎으로도 견제와 비판이 있겠지만 그가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하토야마 총리를 위해 직언하고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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