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저축은행 '나홀로' 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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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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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사원 연봉 3000만원 이상 "시중은행 안 부럽다"

#) 지난달 말 한 대형 저축은행에 입사한 김슬기(가명, 26세)씨는 출근길이 즐겁다. 올해 신입사원 연봉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인상됐기 때문이다. 김씨의 연봉은 시중은행은 물론 웬만한 대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금융권이 일제히 임금 삭감 및 반납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권은 신입사원 임금을 크게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불황일수록 좋은 인재를 많이 뽑아 놔야 호황기에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의 업무 영역이 갈수록 다양화·전문화하고 있는 것도 임금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4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남양 모아 미래 제일 토마토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이 최근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다음달 1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는 토마토저축은행은 신입사원 연봉을 3000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10% 인상된 금액이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올해 신입사원 연봉을 10% 인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3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입사원 연봉은 3300만원 이상이다.

지난달 말 신규 채용을 마무리하고 현재 교육을 진행 중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해 신입사원 연봉을 전년 대비 30% 인상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각종 금융자격증에 외국어 능력까지 갖춘 인재들이 대거 지원했다"며 "우수한 직원을 뽑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신입사원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해 30%를 인상했다면 4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권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마이너'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업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인재 영입에 더욱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저축은행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신입사원에게 고액 연봉을 제시해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면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연봉 뿐만 아니라 복지 혜택도 시중은행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의 공격적인 임금 인상에 다른 금융 권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저축은행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며 "금융위기로 임금 삭감이다 반납이다 시끄러운 상황에서 저축은행권 임금 인상 소식을 들으니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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