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前 KRX 이사장 "정부 사퇴압력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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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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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직원들에게 "소신을 갖고 용감히 대응할 것" 주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이 끝내 사퇴의 속내를 실토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던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퇴임의 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지난해 3개월간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이 있었다"며 "금융정책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의 협박도 받았다"면서 직·간접적인 사퇴압력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는 증권 관련 단체와 사외이사, 직장 내부 몇몇 인사들까지 동원됐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거래소 조직내부 조직이 흔들리는 것 이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개인을 쫓아내기 위해 자본주의 제도와 원칙을 바꾸는 가장 반시장적인 조치가 단행됐다"면서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감한 현자는 없었지만 우리 시장은 이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동안 당국의 압박에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 대해서도 회고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직.간접적인 온갖 회유에도 불구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은 나름대로 원칙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해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사퇴는 어차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져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사퇴의 명분으로 생각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유일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게 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거래소 허가주의 입법을 찬성하고 서명해 준 부산시민과 정무관계자 및 거래소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그는 또 '용감한 미국인상'을 수상한 '브록슬리 본' 여사와 동화 '작은 영웅 데스페로' 이야기를 언급하며 "주체성과 원칙, 정도와 같은 철학과 영혼 없이 그저 교주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다고 볼수 없다"며 소신을 갖고 용감하게 지낼 것을 거래소 임직원들에게 부탁했다.

이 이사장은 "노력이 좌절됐기 때문에 떠나는 게 아니라 떠나기 때문에 미완일 수 밖에 없음이 너무나 아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시장 참가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계속 참여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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