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짧은 '국감대목'의 보좌진

세계 신기록을 세운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의 노력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선수라면 보좌진은 지원팀이고, 매니저다. 의원이 추진하는 정책이며 법안 마련, 상임위와 정당 활동, 지역구 관리, 민원 처리, 개인 이미지 관리까지 모두 보좌진의 몫이다.

특히 국정감사는 보좌진들이 개발한 정책에 따라 의원들의 '능력'이 평가되기 때문에 보좌진들은 의원을 제대로 '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실제 보좌관들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법안 발의, 예산 심의, 국정감사, 청문회, 대정부 질문 등을 준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보좌관들은 국회의원을 도와 모든 일들을 준비한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16일 이른 아침.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726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실은 오전 8시 전인데도 김진희, 이하늘, 하선미 비서는 이미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김 비서는 "인턴 포함해서 보좌진은 총 8명인데, 의원실에는 4명 정도 있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회의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잠시후 이상동 보좌관이 도착하고, 이어 현광식 보좌관도 도착하면서 조그마한 의원실은 더욱 붐비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리 와있던 지역구 의원과 예산 등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눴다. 지난밤 새벽 2시가 넘어서 귀가했다는 이 보좌관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피곤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그나마 내일은 국정감사가 없어서 한가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가 원 의원실에 처음 온 것은 2007년 초. 올해로 3년차인 그는 대부분의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이 보좌관은 "의원님도 지식경제위에 오래 계셨고, 저도 업무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이라고 특별히 바쁘거나 하지는 않다"며 "단순 수치를 비교하는 식으로 눈길을 끄는 것보다는 국정운영 기조나 해당 공기업의 전략을 점검하는 등 큰 틀에서 국감에 임한다"고 소개했다.

그때 그와 친분이 있는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이 의원실을 찾았다. 지경부 현안 사업을 주제로 시작된 대화는 점심 식사자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식사 도중에도 이들은 IT계의 현실, 이공계 기피현상, 지경부 사업 등을 주제로 끊임없이 얘기를 이어갔다.

"전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다가 2시간 자고 나와서 7시반 조찬회의에 참석했죠. 약속은 하루에 보통 10개 정도가 잡혀 있고요." 이 보좌관의 말이다.

옆에 있던 안재태 비서는 "제발 일산(이 보좌관의 집) 좀 가"라고 농을 건넨다.

오후가 되자, 의원실에 있는 인원의 절반이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의 특강을 들으러 나섰다. 영문을 모르는 기자에게 "한 달에 한 번 강연이 있어요. 보좌진들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 의원님의 철학이시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고 전문가들을 만나다보니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요"라고 누군가 귀뜸해준다.

이 보좌관은 오는 26일 일본 외무성을 방문하는 원 의원의 일정을 담당하고 있어 특강에 가지 않았다.

"의원님을 완벽히 서포트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고됩니다. 그러나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서 그들이 고맙다고 할 때 '아, 뭔가 한 건 했구나'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보좌관으로서의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능력이 전부는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땐 같이 기뻐하고 나쁜 일 있으면 같이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하는 사람내음 물씬 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보좌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