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서영백의 여의도 인사이드]재보선에 찬밥 신세된 '국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2-17 09: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1주일 남은 국정감사가 '재보선용 선거국감'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국감장보다 재보선 현장에 달려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재보선 선거운동 첫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아예 중앙당을 경기도로 옮기다시피 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죄다 경기도 수원과 안산으로 달려가 최고위원회의를 가졌다.

두 당의 정몽준·정세균 대표는 수원과 안산, 경남 양산 등을 돌며 온종일 선거지원유세를 벌였다.
또 선거전이 시작되고 첫 토요일인 17일 여야 지도부는 격전지를 누볐다.

정몽준 대표는 충북 증평과 음성을 찾아 세종시 문제로 이탈조짐을 보이는 충청권 민심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고, 정세균 대표는 충북 진천과 음성을 방문해 충청 홀대론을 부각시켰다.

18일에도 여야 지도부는 선거전이 벌어지는 경남 양산, 안산, 충북 등 각 지역구를 돌며 유세에 열을 올렸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다 보니 유권자들 사이에선 대체 누가 후보로 출마한 건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마저 흘러나온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판세에 따라 이 같은 '인력 동원'은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정부를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을 지적해야 할 국감이 자칫 '부실 국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제대로 된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여야 지도부의 약속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그러잖아도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의 정부 감싸기와 야당의 마구잡이 공세로 인해 알맹이 없는 재선거용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는 터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건만 당 지도부가 국회를 비운 판에 온전한 감사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국감 성적을 재보선 승리로 이어가려던 민주당은 마지막 전열을 가다듬어 보지만 다소 힘이 빠진 상황이고, 국감 초반 선전했다고 자평하던 한나라당 역시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여야 모두 미디어법 전쟁을 치르느라 국감준비 소홀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고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와 불성실한 답변이 겹치면서 맥이 빠지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경기 수원 장안, 안산 상록 을, 충북 증평·음성·괴산·진천, 경남 양산, 강원 강릉 등 불과 5곳의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선거이지만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좌우할 변수로 충분하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민심의 풍향과 정당 내 계파의 위세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여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승부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앙당의 일정 부분 관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 등 안팎의 시련에 봉착해 있다. 정치권이 자제력을 발휘할 시점인 것이다.

재·보선에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거나 당 전체가 총력전을 펴는 듯한 모습은 옳은 태도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바라보고 국회에서 정책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당의 좋은 이미지가 스며들게 하는 게 유리한 전략이다.

재·보선으로 좋은 인재를 선출하는 것 못지않게 나라와 국민에겐 국감이 중요하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빠져 의원과 입법부의 본분을 소홀히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