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금액 결정) 규제 강화와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가 끊기면서 위축됐다.
하지만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집단대출은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과 관련한 이주비, 중도금, 잔금 용도의 대출을 말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의 경우 지난달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8월에 비해 1천494억 원 줄었으나 집단대출은 2천4억 원 늘었다.
신한은행은 9월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4천164억 원이나 줄었지만, 집단대출 잔액은 479억 원 증가했다. 집단대출이 늘었음에도 전체 대출이 감소한 것은 개인 주택담보대출 감소 폭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884억 원에 불과했지만 집단대출 잔액은 2천842억 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같은 달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1조4천104억 원 급감했으나 집단대출 잔액은 681억 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오르고 DTI 규제가 확대된 이후 주택담보대출 영업은 사실상 집단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분양 계약일로부터 통상 3~4개월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분양 일정과 청약 열기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달 하순에만 인천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약 1만3천가구가 분양된다. 최근 문을 연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 견본주택에는 매일 1만 명가량의 인파가 몰리고 있고, 업체들도 사활을 걸고 분양에 나서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집단대출이 뜸했지만 요즘 들어 신규 분양 물량뿐 아니라 과거 미분양 물량도 나오고 있다"면서 "분양시장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집단대출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06년과 같은 출혈경쟁은 자제하고 있다. 당시에 은행들은 외형확장을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집단대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단대출 금리가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고객에 따라서는 개인 대출보다 집단대출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 은행들이 밝힌 집단대출 금리는 만기 3개월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2.6∼2.9%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지난 19일 기준 CD 금리는 2.8%로 집단대출 금리는 5.4~5.7%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영종하늘도시 분양 지역에서 은행들은 3.0∼3.5%포인트의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해 집단대출 금리가 6%대에 달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번 주 각각 4.76%~6.36%와 5.30%~6.12%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C은행 집단대출 담당자는 "2006년에는 집단대출에 붙는 가산금리가 0.1%포인트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자산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그동안 집단대출에서 출혈경쟁을 감수했던 것은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영업기반을 닦아놓으면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상품을 판매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대출의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담보대출인 데다 박리다매 형식이기 때문에 개인 집단대출보다 낮아야 맞다"면서 "은행들이 서로 외형을 늘릴지 말지 눈치를 보느라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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