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사 간의 과당 경쟁과 가계 이자부담 증가 여파로 카드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드업계의 건전성이 향상돼 '제2의 카드대란'이 터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면 전업계 카드사 증가에 따른 과당 경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인 하나카드는 다음달 2일 분사해 전업계 카드사로 출범할 계획이며, KB카드와 우리카드 등도 분사를 검토 중이다.
이들 은행계 카드사들이 모두 분사할 경우 전업계 카드사는 현재 5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카드대란 당시 전업계 카드사는 총 9개였다.
전업계 카드사가 지나치게 많아 출혈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구전략도 카드 부실을 초래할 잠재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져 카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동일한 수준으로 오를 경우 최근과 같은 저금리 상황이 고금리 상황보다 부채상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는 1개월 간격의 단기채무로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향후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카드대란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카드대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현금서비스 비중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는 고금리로 수익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카드대란 당시 2% 후반대였던 연체율이 1년 반 만에 14%로 급등한 것도 현금서비스를 통한 돌려막기가 원인이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드대란 당시 현금서비스 비중은 50%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20%를 밑돌고 있다"며 "현금서비스 비중을 고려할 때 연체율이 현 수준인 3%대 이하로 내려가기도 어렵지만 10%를 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보우 단국대 교수(신용카드학과)도 "현재 취급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신용판매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은 적다"며 "카드보다는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드대란 때보다 카드사들의 자본 건전성이 개선된 것도 부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올 상반기 카드업계 부채 비율은 242%로 2003년 상반기(734%)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 부실이 커지더라도 카드사들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카드발급 규모가 카드대란 수준 만큼 증가했다고 해서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수익성,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체가 바로 디폴트로 연결될 수준은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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